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충남 태안의 옛 수군 주둔지인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의 비운 지 오래된 고가(古家) 벽지에서 조선 후기 군역의 의무가 있는 장정(壯丁) 명단과 특징을 기록한 공적 문서가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다고 4일 밝혔다. 군적부는 고가의 벽지로 사용된 상태였다. 사진은 충남 태안 신지도 고가에서 발견된 조선 후기 군적부. [연합]

[헤럴드경제=뉴스24팀] 충남 태안 신진도에 있는 오래된 가옥 벽지에서 조선 후기 수군(水軍)의 명단이 적혀 있는 군적부(軍籍簿)가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충남 태안의 옛 수군 주둔지인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의 비운 지 오래된 고가(古家) 벽지에서 조선 후기 군역의 의무가 있는 장정(壯丁) 명단과 특징을 기록한 공적 문서가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다고 4일 밝혔다. 군적부는 고가의 벽지로 사용된 상태였다.

이번에 발견된 수군 군적부는 19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안흥진 소속 60여 명의 군역 의무자를 전투 군인인 수군과 보조적 역할을 하는 병역 의무자인 보인(保人)으로 나눠 이름, 주소, 출생연도, 나이, 신장을 부친의 이름과 함께 적었다. 수군의 출신지는 모두 당진현(唐津縣·현 당진시)으로, 군적부에서는 당시 당진 현감의 직인과 자필서명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군적부 세부 내용을 보면 당시 수군은 전투 군인인 수군 한 명에 보인 한 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 군적부는 16세기 이후 수군편성 체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특기가 적혀 있는 다른 군적부와 달리 수군과 보인만 기록돼 있어 징발보다는 18∼19세기 군역 부과 방식인 군포(軍布)를 거두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곳 수군은 왜구의 침입을 막고, 유사시 한양을 지원하는 후원군으로 물살이 빠른 태안 앞바다 일대를 통행하는 조운선(漕運船)의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도 했다.

군적부가 발견된 고가의 상량문(上樑文)에는 '도광(道光, 청나라 도광제(재위 1820∼1850)의 연호) 23년'이라는 명문이 적혀 있어 건축연대가 1843년으로 추정된다.

고가의 한쪽 방에서는 당시 조선 수군 또는 학식을 갖춘 사람이 수군 주둔 마을의 풍경과 일상을 표현한 한시(漢詩) 3편도 두루마리 형태로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충청 수군 군적부는 현재까지 서산 평신진(平薪鎭) 군적부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서 이번에 발견한 자료는 희귀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군적부가 언제 벽지로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고 했다.

이 유물은 오는 5일 오후 1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 세미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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