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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선빵!] ‘원조’ 린저씨, 한해 2000억원씩 쏜다!
뉴스종합| 2020-06-04 11:06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1년에 400만원은 기본!”

사업가 김인범(가명·45) 씨는 집에 돌아오면 엔씨소프트의 PC게임 ‘리니지’ 삼매경에 빠진다. 벌써 20년째다. 리니지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대형차 한 대값은 훌쩍 넘는다. 한 해 리니지 게임에 쓰는 돈만 400만원에 육박한다.

게임시장이 모바일로 재편됐지만 리니지를 PC로 즐기는, 이른바 ‘원조 린저씨(리니지 골수팬)’의 씀씀이는 오히려 커졌다. ‘원조 린저씨’들은 한 해 2000억원가량을 게임에 쏟아붓는다.

올해는 린저씨들의 지갑이 더 활짝 열릴 전망이다. 1세대 리니지 사용자들의 ‘팬심’ 덕분에 엔씨소프트는 지난 1998년 출시된 ‘고전 PC게임’ 리니지만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PC 린저씨 ↓ 인당 지출액은 10년 전 4배↑

리니지 옛 PC버전 실사용자를 대변하는 ‘원조 린저씨’ 동시접속자 수는 현재 약 5만명으로 추산된다. 2010년 말 20만명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사용자 1인당 지출 규모는 오히려 4배 증가했다. 이로 인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PC 버전만으로도 올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산술적으로 리니지 PC 사용자의 1인당 평균 지출액도 400만원에 달한다. 2010년 인당 평균 지출액(100만원)의 4배에 달한다. 사용자가 대거 빠져나가도 1인당 아이템 거래 등에 쓰는 돈은 점점 증가해 10년 전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3월, 9년 만의 대규모 업데이트 영향으로 린저씨들은 리니지 게임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 1분기 리니지 매출액은 473억원으로, 업데이트 전인 전년 1분기 대비 116% 증가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2017년 모바일 버전인 ‘리니지M’ 출시 이후 사용자가 이동하면서 당시 리니지 PC 매출액은 1594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매출 회복세를 보여 지난해는 1862억원으로 올랐다. 이 역시 린저씨의 인당 지출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골수팬 효과로 리니지는 독보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리니지의 영업이익률은 약 80%다. 국내 온라인게임 중 최고 수준이다.

아이템 하나가 아파트 한 채 값

리니지의 비싼 아이템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 수준이다. 높은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싼 아이템이 필요하다. 린저씨들이 큰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5년 등장한 ‘+8 진명황의 집행검’이란 아이템은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3억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해당 아이템은 이후 5억원까지 가격이 올라가기도 했다. 현재는 3억원대다.

‘가이아의 격노’라는 활 아이템은 2018년 7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집행검’의 경우 보통 30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리니지 전체 서버 1위인 ‘원큐’라는 아이디의 사용자가 보유한 캐릭터의 총 가치만 50억원으로 추정한다. 그는 높은 레벨의 캐릭터를 키우는 데 필요한 ‘드래곤의 최고급 다이아’(개당 9000원)라는 아이템을 30분당 1개씩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아이템에만 5억원을 지출했다. 엔씨소프트가 그를 기념해 제작해 준 ‘+10 마에스트로: 원큐’라는 옷의 가격도 1억원에 달한다.

‘피로 맺어진 우정’…혈맹, 린저씨의 원동력

린저씨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오랜 시간 리니지를 즐기는 가장 큰 배경에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해온 ‘혈맹’이 있다.

혈맹은 ‘리니지의 꽃’으로도 불리는 리니지 내 커뮤니티다. 마치 작은 나라와도 같다. 게임 내에 여러 개의 성이 있으며, 성을 운영하는 성주와 이를 따르는 혈맹원으로 구성돼 있다. 혈맹원은 끈끈한 우정과 성주에 대한 충성으로 뭉쳐 견고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게 바로 혈맹이다.

성주는 성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받을 수 있다.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월 2억~5억아데나(게임 내 화폐)를 받는다. 1억아데아는 현실에서 200만~3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최대 월 1000만원 이상을 세금으로 벌어들이는 셈이다.

리니지 혈맹원들의 공성전 장면. [리니지 화면 캡처]

혈맹의 가장 큰 목표는 다른 성을 침략해 영토를 확장하는 ‘공성전’이다. 한 번 공성전을 치르는 데만 수천만원이 소요된다. 공성전을 하면서 혈맹원 간 관계는 더욱 긴밀해진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혈맹이야말로 현재의 리니지와 린저씨를 만든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혈맹 속에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새로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 것이 린저씨들이 리니지에 투자를 아끼지 않게 만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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