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상읽기] 피노키오와 라운딩을?
뉴스종합| 2020-06-05 11:30

이 정도면 골프를 치는 건지 사기를 치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골프광인 ‘그’는 펠레이면서 피노키오다. 캐디들이 그에게 ‘펠레’라는 별명을 붙인 것은 골프공에 발을 자주 갖다 대기 때문이다. 워낙 거짓말을 자주 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져 퍼팅을 코로 할 수 있을 정도라는 조롱도 듣는다.

그는 클럽챔피언십에서 18번 우승했다고 주장한다. 조목조목 따져보니 16번은 거짓말, 2번은 불확실하다. 결국 우승이 확인된 것은 한 번도 없다. 자신 소유 골프클럽에 클럽챔피언십 우승자명판이 걸려 있는데 그는 1999년, 2001년, 2009년 이름이 올라가 있다. 1999년에는 클럽이 개장조차 하지 않은 때다. 60살이었던 그와 클럽챔피언십에서 라운딩을 같이했던 15세 소년은 실명 인터뷰를 하면서 그때 그를 회상하며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글로 옮기기 민망한 욕을 한다.

미국의 유명한 스포츠기자가 릭 라일리가 쓴 ‘커맨더인치트(Commander-in-Cheat)’에 나오는 얘기다. 군통수권자(Commander-in-Chief)인 대통령을 사기꾼 최고통수권자로 빗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거짓말은 골프에 그치지 않는다. 2015년 부인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 누군가 부인에게 출신이 어딘지 묻자 슬로베니아라고 답한다. 그러나 그는 부인에게 오스트리아라고 얘기하라고 한다. 이유가 걸작이다. “그러는 편이 나으니까”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알려면 골프를 쳐보라는 말이 있다. 몇시간 함께해야 하고, 어느 운동보다 매너를 앞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 규칙은 남의 일일 뿐이다.

그는 한국과 관련해서도 허언에 실언에 품위없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작년 뉴욕에서 열린 대선자금 모금행사에서 어린시절 아버지와 임대료 수금하러 다닌 일을 말하면서 “임대아파트에서 114달러 13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달러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말했다. 1조원 올린 방위비분담금을 13센트까지 악착같이 받아냈던 아파트월세 얘기와 엮어 혈맹인 동맹국을 화제로 끌어올렸다. 코로나19 검사수 비판을 받자 서울인구가 380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면 한국인구의 73%가 서울에 집중돼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

그가 요즘 잔뜩 화가 나있다. 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공화당에서조차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 위기에 당파를 떠난 최고 위로자(consoler-in-chief) 역할은커녕 ‘화염과 분노’를 퍼붓고 있다. 자신의 행정부 첫 국방부 장관인 제임스 매티스에게 ‘미친개’라고 했고, 주지사들을 ‘얼간이’라고 압박했다.

이쯤 되면 ‘그’가 누구인지 알 것이다. 미합중국 45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경악한 세계인들이 적잖았다. 어느덧 임기 막바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대한 대로(?)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11월 선거가 멀지 않았다. 그가 선택되면 2025년까지 ‘4년 더’, 낙선하면 임기는 2021년 1월 19일까지다..

결과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말대로 결과가 ‘그러는 편이 낫기 때문’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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