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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딜라이브 인수전에 KT·LG유플러스도 참여
뉴스종합| 2020-06-09 09:40

[헤럴드경제=김성미·최준선 기자] 케이블TV 3위 사업자 딜라이브 인수전에 SK텔레콤에 이어 KT, LG유플러스 등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블TV 5위 사업자 현대HCN 인수전과 마찬가지로 이동통신 3사의 3파전이 벌어지게 됐다. KT와 LG유플러스의 딜라이브 인수전 참여는 현대HCN을 놓칠 경우에 대비한 차선책으로 분석된다. 프라이빗 딜 형태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과 달리 공개입찰로 전환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 매각 주관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SK텔레콤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HCN 인수전에도 이통3사가 모두 참여하고 있어 유료방송 M&A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SK텔레콤이 티브로드 인수를 성사할 동안 KT는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국회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 CEO 교체 이슈 등으로 인수를 성사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합산규제 연장 대신 사후규제로 가닥이 잡히고 구현모 대표가 새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올 들어 매물로 나온 현대HCN 인수에 박차를 가했다.

SK텔레콤은 그 사이 딜라이브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년째 새주인 찾기 중인 딜라이브의 가격이 9000억~1조원에 달하는 점을 확인하고, 현대HCN 예비입찰에도 눈을 돌렸다. 이에 KT 또한 현대HCN에 이어 딜라이브에도 다시 관심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LG유플러스는 딜라이브와 현대HCN 인수전에서 복병이 되고 있다. 일찌감치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가져간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24.7%로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SK텔레콤이 딜라이브 혹은 현대HCN 인수를 성사할 경우 다시 3위 사업자로 밀려날 수 있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두 인수전에 모두 참여한 모습이다.

CJ헬로 인수가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단숨에 수백만의 가입자를 확대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LG유플러스는 인수 검토 수준으로, 본입찰 참여 등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딜라이브 매각은 이번이 세 번째 시도다. MBK파트너스가 맥쿼리 등과 함께 특수목적법인(SPC)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설립하고 딜라이브를 인수한 것은 지난 2008년. 인수 8년 차인 2015년에 처음 매각에 나섰으나 흥행에 실패했고, 인수금융을 제공했던 채권단이 2016년 8000억원 규모 출자전환 등 결단을 내린 뒤 시도했던 두 번째 매각 시도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한 차례 연장한 인수금융의 만기가 다가온 지난해, 채권단은 1조원 규모의 추가 출자전환을 단행한 뒤 다시 한번 매각을 본격화하고 있다.

당초 시장은 같은 기간 매물로 나와 있는 동종 기업 현대HCN의 매각이 마무리된 뒤에야 딜라이브 매각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3사가 유료방송시장 내 점유율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부각되면 매각 가격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앞서 현대HCN이 특정 기업과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그 결과 딜라이브의 매각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전이 흥행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앞서 통신3사 모두 공개 입찰에 참여해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딜라이브의 부실한 재무구조가 도마 위에 올라 있는 탓이다. 지난해 말 기준 딜라이브의 순차입금은 3882억원,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도 473억원에 달한다. 반면 매출과 수익 창출력은 내리막 일로인 데다, 지난해에는 6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상황이다.

유료방송업체 M&A에 자문했던 한 관계자는 "산업 자체의 성장 여력이나 개별 재무구조를 생각하면 이미 한 차례씩 케이블TV 인수 경험이 있는 전략적투자자(SI)들이 1조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에 나설 유인은 적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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