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숨진 쉼터 소장, 11년전 논문서도 “만성적자” 언급…尹 추가해명 요구 고조
뉴스종합| 2020-06-09 10:24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소재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지난 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가 11년 전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도 쉼터 운영에 대해 ‘만성 적자’ 등 열악한 환경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이순덕 할머니의 조의금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 소장의 개인 계좌로 모금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윤 의원의 추가 해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손씨가 2009년 제1 저자로 학술지 ‘한국민족문화’에 발표한 논문 ‘쉼터 생활을 중심으로 본 일본군 위안부의 삶에 관한 사례연구’에 따르면 그는 “쉼터 이용자인 피해자들로부터 별도의 이용료를 받지 않는 등 쉼터의 운영 상황은 만성적인 적자 상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쉼터 운영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논문에 공개된 2008년 쉼터 수입 지출 내역 상에는 수입(전액 후원) 1705만8580원, 지출 2237만2860원으로 당해 적자는 약 530만원을 넘는다. 지출은 쉼터 실장, 주말 봉사자 등의 인건비와 도시가스·전화·전기 요금 등 공과금으로 주로 사용됐다.

논문에서 손씨는 “경영이 몹시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안정한 저임금 구조 속에 쉼터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실장에게 안정적인 서비스의 지속을 바라는 것은 거의 희생에 가까운 일”이라고 했다. 손씨는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 전신)의 상임대표였던 윤 의원의 요청으로 쉼터 관리를 맡은 2004년, 80만원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가 논문에서 “다급한 것은 충정로 일대의 재개발로 인해 언제 집을 비워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곳에서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며 죽을 때까지 여기에서 살고 싶은 피해자들에겐 여간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있던 쉼터는 2012년 서울 명성교회로부터 부지 사용권을 기부받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소재 현 위치로 옮겼다.

이와 더불어 손씨의 개인 계좌가 이순덕 할머니의 조의금 모금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윤 의원의 추가적인 의혹 해명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7일 오후 6시께 윤 의원은 평화의 우리집을 나서며 이순덕 할머니 조의금 입금 계좌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떠났다.

이와 관련, 정의연의 후원금 회계 누락 등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7일 입장문을 통해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며 “갑작스러운 소식에 서울서부지검도 그 경위를 확인 중에 있다”고 했다. 이어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부터 이틀간 마포구의 정의연 사무실,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평화의 우리집, 총 3곳을 압수수색했다. 손씨는 최근 주변에 “검찰 압수수색으로 힘들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손씨에 대한 1차 부검을 마친 경기 파주경찰서는 “부검 결과 범죄 혐의점이 없으며 손씨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부검 결과 외력에 의한 사망으로 의심할 만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고, 손목과 복부에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다 한 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할 때 나타나는 주저흔이 발견됐다. 경찰은 손씨 자택에서 유서로 추정될 만한 메모 등이 발견되지 않아 손 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 등을 진행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손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손씨의 장례는 ‘여성·인권·평화·시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0일 오전 8시다. 장례위원장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이 맡았다.

갑작스러운 부고에 평화의 우리집에 거주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길원옥(91) 할머니의 아들 황선희(61) 목사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손씨는 우리에게 가족과 같은 사람이었다”면서 “어머니와 가족에게도 참 잘 해주셨던 분인데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하다”며 애도했다. 이어 “어머니께선 현재 손씨와 관련한 일을 모르신다”며 “(이번주)목요일쯤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가 마지막까지 제가 모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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