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뉴딜’로 온실가스 감축·저탄소사회 이슈 선제적 대응…재활용산업 핵심 지렛대로 자원순환경제 구축 ‘심혈’
정부세종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만난 조명래 환경부 장관(65)은 학자 이미지보다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행정가의 풍모를 풍겼다. 고농도 미세먼지, 가습기살균제, 불법폐기물, 낙동강 물문제, 친환경차, 녹색경제 확대 등 수많은 일들을 헤쳐나왔다. 그럼에도 국민체감 측면에서 여전히 미흡한 면이 있다는 점도 잘 안다.
사실 조 장관은 오랫동안 사회참여를 왕성하게 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살았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회과학자로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사회과학은 단순히 연구만이 아니라 실천하고 정책처방까지도 함께 내는 것”이라며 “누구보다도 연구와 현실참여 양쪽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민운동도 그런 차원에서 한 것”이란다. 그래서 그는 정부 정책에 굉장히 비판적이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되면서 이론과 현장을 두루 알아 정책에 시너지기 기대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후 1년 7개월이 흘렀다. “취임한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간의 경륜을 정책에 입혀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 쉼없이 달려온 시간들이다.
그는 “시민운동은 비제도권인데 정부에 들어왔다는 건 ‘아마추어식’ 실천에서 ‘프로페셔널’ 실천이 가능한 쪽으로 옮겨온 것”이라며 “법 제도 예산은 물론, 역량이 탁월한 인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를 바꿀수 있는 강력한 실천방안을 갖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정책은 그간 공부했던 이론적인 바탕이 깔려 있다. 녹색산업 육성에서 ‘융합클러스터’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영국에서 공부할때 배웠던 이론을 녹색산업 육성에 적용한 것이다. 그린뉴딜의 밑바탕에는 ‘전환이론’이 자리잡고 있다. 각종 이론을 현실정책에 접목하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 ‘그린뉴딜’로 녹색전환=최근 ‘코로나19’ 와 기후·환경 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그린뉴딜 추진방안’과 3차 추경안이 발표되면서 그 중심에 선 조 장관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론과 현장 경험에다 이제는 정책경험까지 두루 갖춰 기대가 자못 크기 때문이다.
그는 “타부처에서 제안한 과제들은 다듬을 때 3차 추경의 의미를 살려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있으면서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큰 사업 위주로 엄선했다”며 “7월에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및 세부추진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성장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녹색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라는게 그의 진단이다. 세계 녹색시장은 2014년 이후 연평균 3%대로 꾸준히 성장해 2020년은 1조300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하지만 국내 녹색 분야 5만8000개 사업체 중 90%가 중소기업으로 규모가 영세하다.
조 장관은 “우리 녹색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내만으론 안되고 해외시장까지 진출하고 단일제품보다는 복합화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를 통해 2022년까지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녹색 예비 유니콘 기업 10개 발굴·육성을 목표로, 중기벤처부와 협력을 통해 예비 유니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혁신적 협력생태계를 조성하고, 전 주기적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가 1조원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일컫는다.
조 장관은 그린뉴딜과 관련, 녹색전환을 강조한다. 그래야 녹색산업 육성은 물론, 녹색소비 촉진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면서 신성장 동력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대응이 그린뉴딜의 ‘앞장’이라면 ‘뒷장’ 마지막은 녹색전환”이라며 “탄소경제를 뒷받침하는 제도들이 녹색전환을 통해 ‘탈탄소 경제’로 바뀌는 제도의 녹색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린뉴딜은 환경을 살리고 경제도 살려 모두가 이득을 보는 ‘포지티브섬’이다.
조 장관은 그린뉴딜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관계부처와 합심에 전력을 다하고, 형식적이고 불합리한 규제 개선, 환경산업체 지원 확대 등 환경부 차원에서 기여할 수 있는 과제들을 지속해서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청정대기 핵심 부품·설비, 플라스틱 대체 생물소재 등 녹색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해 환경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녹색 설비·소재의 국산화 지원은 물론, 유망기술보유 기업에 대한 기술개발부터 해외 진출까지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K-환경’모델 만들겠다=조 장관은 보건분야의 ‘K-방역’처럼 그린뉴딜도 ‘K-환경’이 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에서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경제도 살리면서 환경문제도 해결하는 ‘한국형 환경정책’이 나온다면 파급영향이 클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과 저탄소사회 이슈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범사례를 제시함으로써 ‘K-환경’ 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유엔은 이미 한국의 그린뉴딜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4월29일 화상으로 진행된 ‘피터스버그 기후각료 대화’에서 구헤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를 코로나와 기후변화에 동시 대응하는 ‘주목할만한 사례’(remarkable example)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후변화정책과 그린뉴딜 추진계획,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지 성과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조 장관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그린뉴딜이 결합되면 실질적, 실효적인 정책들이 나올수 있다고 본다” 며 “거기서 하나의 모델이 나오고 개도국에서는 한국의 환경정책을 많이 차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국형 그린뉴딜도 기후변화 관련 국가목표와 계획을 차질없이 조기에 이행하기 위한 액션플랜”이라며 “그린뉴딜은 하나의 지렛대일 뿐이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자원순환 사회 조성, 친환경 수소경제로의 조기 전환, 기후탄력적 도시 건설 등 녹색전환을 위해 남은 과제들이 아직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파리협정에 따라 올해 말을 목표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이번 달부터 본격적인 대국민 의견수렴을 시행할 예정으로,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선도하는 야심찬 전략이 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뜻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할용률 높여 자원순환경제 구축=조 장관은 재활용을 그린뉴딜 중 핵심사업 중의 하나로 본다. 재활용은 석탄재 재활용에서부터 페트병으로 섬유를 만들고 자동차 부속품도 만드는 등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기존 1회성 재활용인 선형경제 모델에서 순환경제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 생산, 재활용부터 재생산까지 전 단계별 개선대책을 추진중이다. 작년부터 플라스틱 컵, 페트병 등 포장재가 재활용이 쉬운 재질과 구조로 생산되도록 제도화하고, 올해부터는 소비된 플라스틱이 적정 배출되도록 지자체와 함께 배출·수거체계를 개선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투명 페트병만 별도로 분리 배출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2월부터 추진중이다.
아울러, 생산된 재생원료를 공공, 민간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수요처를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그린뉴딜과 연계해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관급공사, 공공물품 제작 시 재활용제품 사용을 확대하도록 하고 민간에서도 제품에 재생원료 활용 시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분담금 경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
조 장관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 ‘환경국가 원리’를 담아내는 것이다. 그는 장관 부임 직후 첫 업무 보고에서 “국민 환경권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환경권이 헌법에 규정된지 40년 되는 해로, 환경권을 지키는 일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는 “‘환경권 지킴이’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조명래’ 하면 ‘환경권 지킴이’가 떠오를 수 있도록 환경권 실현의 약속을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밖에서 본 환경부는 환경정책의 주무부서로서 각종 정책과 제도선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정책이 현장에서 촘촘하게 시행되지 못하거나 새로운 환경 이슈에 따라가지 못해 뒤처지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제 학자로서의 이론과 시민운동을 통한 현장경험이 정책수립 행정가로서의 역량과 맞물려 어떻게 ‘그린뉴딜’로 승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