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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보이는 손’ 되겠다”…불완전 경쟁시장 ‘파수꾼’ 역할
뉴스종합| 2020-06-17 11:10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금융소비자보호 시대’를 주제로 열린 ‘헤럴드 금융포럼 2020’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보이는 손’이 필요하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은 17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 금융포럼 2020’ 기조연설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불완전 경쟁의 결함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규제라는 ‘보이는 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정보가 공개되고 소비자 편향도 없는 완전한 자율경쟁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적용되겠지만 금융시장은 불완전 경쟁 시장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족해야 금융회사도 발전=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결함이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결국 금융 안전성도 손상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면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시스템 신뢰를 높이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소비자 편향, 금융사와 소비자간 이해 상충 관계 등을 이유로 소비자 보호가 더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금융파생상품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고 하이브리드나, 부동산, 해외 등 투자 대상은 확대되는데 금융 교육은 부족해 비대칭을 이루고 있음을 꼬집었다.

윤 원장은 “전통경제학에서 경제적 인간은 완전한 정보 하에서 최적의 선택이 가능한데, 현실에서는 편향과 어림짐작으로 불완전한 선택을 하고 금융사가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적극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가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DLF(파생결합상품) 사태를 관련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과거 10년간 모의실험(백테스트)을 한 결과 손실 확률 0%, 독일이 망할 가능성 0% 등을 강조한 것은 정보 비대칭, 79세 고령자의 투자성향을 적극투자형으로 임의 작성해 소비자가 스스로에게 발생하는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한 것은 편향”이라면서 “실제로 DLF 투자자의 연령별 투자자를 보면 60~90대가 48.4%였고, 유사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경험이 없거나 5건 이내인 사람이 6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비자 중심의 금융 생태계를=윤 원장은 금융사들이 수요자 중심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사와 소비자는 본질적으로 이해상충 관계인데 실적을 중시하는 성과 제도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공급자 중심의 혁심금융이 되려 금융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시장과 사회적 환경 변화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할 이유라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저성장 저금리 속에 고객은 수익성을 추구하려다보면 고위험 상품에 몰릴 우려가 있다”면서 “이제는 고객자산 관리에서 위험관리가 중시되고, 수수료 체계와 핵심성과지표(KPI)도 과도한 영업을 막을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를 인용해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로 인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 1%대로 추락할 것이며, 실질 금리는 1987년 9%대에서 30년만에 제로금리 시대가 눈앞에 왔음을 상기시켰다.

윤 원장은 “이 외에도 마이데이터와 오픈 API 등 정보화 사회로 급선회하면서 개인정보보호와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커졌고, 연령별로 모바일뱅킹 이용률을 보면 30대는 87%지만 60대 이상은 21.3%에 그쳐 계층간 정보 격차가 커졌다”면서 “이를 향유하지 못하거나 접근하지 못하는 계층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주요국 가운데 독일은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주요 소득원으로 삼는다는 응답자가 75.4%인반면 한국은 25%에 머물고 있다. 금융이해력도 한국은 OECD 평균인 64.9%보다 낮다”면서 저소득층 자산형성 지원, 포용금융 확대 강화 등 소비자보호 노력이 고령화와 양극화와 같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편임을 재차 강조했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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