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주택시장 안정방안 발표
콕집어 ‘핀셋규제’ 사실상 포기
금액 상관없이 자금조달계획서
주담대 받으면 6개월내 전입
법인 주택거래 과세 강화도
정부가 집값이 오르는 지역만 콕 집어 처방을 내리는 ‘핀셋규제’ 기조를 사실상 포기했다. 특정지역을 규제하면 규제받지 않는 다른 지역이 뛰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서울은 물론 경기, 인천, 대전, 청주 대부분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강수를 쓰기로 했다. 이들 지역에선 주택을 거래할 경우 거래가액과 무관하게 자금조달계획서와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내 전입해야 하는 의무 규정도 만들었다. ▶관련기사 6·8면
정부는 17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부동산 시장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21번째 부동산 대책이자, 다섯번째 종합대책이다.
정부는 비규제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투기 수요 때문으로 판단했다. 투기수요를 막기 위해 김포, 파주, 연천, 동두천, 포천 등 접경지역과 여주, 이천, 용인, 남양주, 안성 등의 일부 자연보전권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기존 조정대상지역 중에서 집값 상승폭이 큰 성남 수정, 수원,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 기흥, 화성, 인천 연수·남동·서구, 대전 동·중·서·유성구는 투기과열지구로 편입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유주택가구는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고, 무주택가구도 실거주 목적 외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에는 50%, 9억원 초과엔 30%가 적용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묶인다. 투기과열지구에선 LTV가 9억원 이하는 40%, 9억원 초과는 20%, 15억 초과는 0%로 제한되고, DTI는 40%로 축소된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는 순간 다주택자에 대해선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배제된다. 청약 1순위 자격요건도 강화된다.
무엇보다 이들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거래할 경우 거래가액과 무관하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기존엔 3억원 이상 주택거래에만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으나 앞으론 무조건 제출해야 하고, 관련 자료도 증빙해야 한다. 이는 9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 후 시행할 계획이다.
전세를 끼고 주택에 투자하는 ‘갭투자’ 방지 대책으로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면,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6개월 내 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1주택자가 규제지역에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면, 6개월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에 전입해야 한다.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한 갭투자 방지 대책도 마련했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새로 구입할 때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기로 했다. 만약 전세대출을 받은 후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전세대출은 즉시 회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법인을 활용한 투기수요가 늘고 있다고 판단하고, 법인에 대한 각종 혜택도 없애기로 했다. 일단 규제지역은 물론 비규제지역에서도 법인 및 개인사업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해선 단일세율(3~4%)을 적용하기로 했고,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해선 종부세 공제도 없앴다. 〈본지 6월 16일자 1·3면 참조〉
이번 대책엔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 단지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에서 조합원 분양신청까지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한해서만 분양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재건축부담금도 하반기부터 본격 징수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 송파구, 강남구 국제교류복합지구 등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과열지역에 대한 고강도 실거래 기획 조사 등을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시장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강력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일한·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