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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파문]“싱가포르 북미회담 제안은 김정은 아닌 정의용”
뉴스종합| 2020-06-22 10:4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눈 뒤 기자들을 향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1차 북미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출간되는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 북한 비핵화 외교를 둘러싼 여러 비화를 소개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2018년 3월 백악관에서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건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으로 수용했다고 한다. 그는 “실장은 나중에 김 위원장에게 먼저 그런 초대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볼턴 전 보좌관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과 관련,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비판적으로 언급한 대목은 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4·27 남북 정상회담 때 비핵화 논의를 피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하면서 “평양이 서울과 일본, 미국(한미일) 사이의 틈을 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그는 한미일간 균열 심화가 북한이 선호하는 외교적 전략 중 하나라고 평했다. 당시 그는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쁜 아이디어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유하는 데 대해 우려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같은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압박을 위해 6·12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취소 트윗을 올리려고 했었다고도 주장했다. 김영철 당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같은 해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려 백악관을 찾았을 때 이 친서를 차에 두고 내렸다는 비화도 전했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 전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야한다는 부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야 한다. 그를 백악관으로 초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오후 트위터로 “당신을 곧 보기를 고대한다”고 적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참모들이 올린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 초안에 서명했다고 한다.

또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의 종전을 공식 선언하려고 했으나 일본이 반대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밝히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은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대해 느꼈던 실망감과 비관적인 견해도 회고록에 적었다. 폼페이오 장관 당시 “거의 아무런 진전을 만들어낼 수 없어서 엄청나게 실망스럽다”고 전화로 보고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워게임 중단 선언에 대한 고위 당국자들의 우려를 전하면서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6개월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의 항의 때문에 그 훈련들을 거의 취소할 뻔했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한편 회고록 출간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현 대통령을 한 세기를 통틀어 가장 부적격한 대통령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낙선운동에 들어갔다. 볼턴 전 보좌관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원하고 싶은 공화당의 대의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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