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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대사기능 조절로 ‘건강한 비만’ 유도한다
뉴스종합| 2020-06-24 09:59
혈관의 피하지방 축적 기능과 대사질환과의 연관성.[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을 유도하는 원리가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연구팀은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 ‘안지오포이에틴-2’가 건강한 지방 축적 작용의 핵심요소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대사 기능에 대한 혈관의 역할과 지방 축적 기전을 이해함으로써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질환 치료에 새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일반 비만에 비해 내장지방 축적이 적으며, 인슐린 저항성 인슐린 저항성 수치, 혈압,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낮다. 비만으로 인해 당 대사기능을 하는 간, 근육 등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 대사합병증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데, 건강한 비만의 경우 혈중 지방이 주로 피하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지방 축적에는 모세혈관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방산전달인자들이 모세혈관에서 발현하고, 이들 인자는 모세혈관을 통해 지방의 주구성원인 지방산을 전달해 지방세포로 축적시킨다. 모세혈관이 지방 축적을 위한 지방산의 전달자이자 이동통로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비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세혈관의 기능을 관장하는 요인과 기전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안지오포이에틴-2가 피하지방 모세혈관 내 지방산전달인자를 조절, 건강한 비만을 유도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피하지방 혈관에 특정 지방산전달인자들이 분포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먼저 건강한 비만환자의 피하지방에만 발현하는 물질을 찾기 위해 건강한 비만 환자군과 일반적인 비만 환자군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안지오포이에틴-2가 건강한 비만 환자의 피하지방에만 발현하는 유일한 분비 물질임을 발견했다. 실제 안지오포이에틴-2를 지방세포에서 비활성화시킨 생쥐 모델에서 혈중 지방의 피하지방 축적이 감소하는 한편, 간‧골격근‧갈색지방 갈색지방 등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인슐린 기능과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겼다.

피하지방 혈관에서 발현되는 지방산전달인자. 피하지방 조직 내 혈관(초록색)에서 발현하는 지방산전달인자(파란색)의 이미지. 혈관에 존재하는 지방산전달인자들(초록색과 파란색이 겹쳐 노란색으로 보인다)이 혈중 지방을 지방세포(빨간색)로 전달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IBS 제공]

또 안지오포이에틴-2와 결합하는 ‘인테그린(Integrin)’ 수용체가 피하지방 혈관에 한해 발현함을 확인했다. 이어 혈관내피세포에서 수용체를 활성화시킨 결과 안지오포이에틴-2에 의한 지방산 전달이 크게 증가했다. 인테그린 수용체에 안지오포이에틴-2가 결합, 지방산전달인자들을 조절함으로써 피하지방으로만 지방을 전달하고 축적시키는 것이다.

배호성 선임연구원은 “혈관의 대사기능을 조절해 피하지방에 선택적으로 혈중 지방이 축적될 수 있음을 밝혔다”며 “비만, 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6월 12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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