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수익 vs 공익’ 사이 딜레마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도입 번복, 카카오의 속내
정부, 위기 때마다 ‘카톡’ 제휴 파트너로 선호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전 국민 메신저는 공공 서비스?”
카카오톡(카톡) 사용자 4500만명을 보유한 카카오가 딜레마에 빠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확산되면서 카톡이 사실상 정부의 '대국민 채널'로 굳어지고 있다. 수익모델 정점에 카톡을 둔 카카오는 마냥 공공성만 따질 수 없다. 공익과 수익을 놓고 저울질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카카오의 고심이 깊어진다. 정부와도 이해관계를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카톡을 최적의 제휴 파트너로 선호하고 있다. MAU(월간실사용자)가 4500만명 수준이라 전 국민 대부분이 이용할 정도로 막강한 전파력을 갖추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과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어 범용성도 확보했다. 정부의 각종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전달하기에 카톡만큼 매력적인 채널은 없는 셈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정부는 카카오에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카카오가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선보인 챗봇(대화로봇)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및 대응책 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카톡 서비스 개설을 요청했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지만 카카오는 국가적 재난임을 감안해 응했다.
카카오는 서비스 개설 및 광고비용을 감수했다. 카카오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챗봇 제작비용을 지불했다. 일반 기업 대상일 경우 고객사가 투자해야 할 비용이다. 카톡 상단 배너광고 ‘톡 비즈보드(톡보드)’에 질병관리본부 챗봇을 알리는 광고비도 집행했다. 광고는 ‘선택의 문제’였지만 정부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결정했다. 카카오는 톡비즈 사업으로 지난 1분기 매출(2247억원)을 전년 동기 대비 77% 끌어올렸다. 톡보드는 카카오 매출의 중심축인 것이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직접 광고비까지 지불하면서 정부 요청에 응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카톡 #탭 내 코로나19 현황판을 운영하고, 톡보드에 ‘같이가치 기부’ 를 광고했다. 카카오 T맵으로 선별 진료소 위치를 제공하고, 공적마스크 판매점과 재고 현황도 서비스 중이다. 카톡 이모티콘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고 카카오페이 오프라인 결제 가맹점 수수료 무료 결정도 내렸다.
연이은 정부의 제휴 요청에 카카오는 수익성을 놓고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그러면서 정부와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전자출입명부 QR코드를 카톡에 도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카카오는 기존 사용자들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고, 서비스 충돌이 우려된다며 이를 거절했다.
대신 카카오페이 앱에 도입하겠다며 정부에 역으로 제안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의 간편결제 서비스와 사설인증 기능을 제공한다. 카톡에 비해 이용자가 적은 카카오페이 사업을 키우겠다는 속내였다.
이에 정부는 “국민이 카카오페이 앱을 설치해야 해 번거롭다”며 카카오와 충돌했다. 카카오페이앱은 다운로드 100만건(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에 불과하다. 간편결제 경쟁상대인 페이코(500만건)에도 뒤처진다.
하지만 카카오는 결국 꼬리를 내렸다. 일주일 만에 결정을 번복, 카톡에 QR코드 도입을 결정했다. 앞서 네이버가 QR코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이와 비교하는 여론이 확대되자 카카오는 정부 요청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수익과 공익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했던 카카오로서는 뼈아픈 대목이었다.
'카톡=공공재' 이미지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카카오는 이달 행정안전부와 ‘디지털 정부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행정안전부가 디지털 정부혁신을 발표한 뒤 첫 업무협약 사례다. 카카오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해 공공서비스 이용 및 편의 증진이 목적이다. 향후 카톡으로 국세, 지방세, 과태료 고지·납부도 가능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서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지만, 그간 카카오가 정부에 협조한 사례들은 인터넷 기업만 할 수 있는 서비스여서 공익성을 외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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