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트럼프 “美, 극좌 파시즘에 포위당했다”
뉴스종합| 2020-07-04 15: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큰 상황인데 백인 위주의 7500여명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극좌 파시즘에 포위당했다"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연설 뒤엔 불꽃놀이를 관람했다. 산불 위험 등으로 11년간 하지 않았던 건데 이날 진행했다.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역사가 극좌파 파시즘에 포위돼 있다”고 주장했다.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사우스다코타주(州) 러시모어산에서 진행한 연설에서다.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집결만 염두에 둔 ‘분열의 정치’를 또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국면인데 객석엔 백인 위주의 7500명이 들어찼고, 마스크를 낀 사람도 거의 드물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 역사를 파괴하고, 우리의 영웅들 명예를 훼손하고, 가치를 지우고, 아이들을 세뇌시키는 무자비한 시위를 목도하고 있다”며 “성난 폭력배들이 건국자의 동상을 무너뜨리고, 가장 신성한 기념물을 훼손하고, 도시에서 폭력 범죄를 촉발하려고 한다”고 했다.

흑인 남성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번진 인종 차별에 대한 항의시위 중 일부가 폭력적으로 비화한 걸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제까지 여론을 포용하려 하지 않고 ‘법과 질서’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연설도 그 연장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찾은 러시모어산엔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에이브러햄 링컨·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전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되지만,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도 지목된다.

워싱턴 전 대통령과 제퍼슨 전 대통령은 노예를 소유해 최근 시위대 등이 비판하는 인물이다. 얼굴이 조각된 블랙힐스 지역은 원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곳이지만, 1870년대 금이 발견되면서 미 정부가 제대로 된 보상없이 땅을 수용했다. 또 조각상을 만든 사람도 백인우월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과 관련이 깊었던 걸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각상과 관련해 “이 기념물은 절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관중들은 환호했다.

그는 “이들 영웅도 결코 훼손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유산도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의 성취도 잊히지 않을 것이고, 러시모어산도 우리 선조와 자유에 대한 영원한 헌사로서 영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가 주요 동상 등을 허물고 있는 세태와 관련해선 “우리의 자유, 우리의 장엄한 자유에 대한 공격은 매우 빨리 저지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학교와 뉴스룸, 심지어 회사 회의실에서조차 새로운 극좌파 파시즘이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언어·의식· 주문을 따르지 않으면 검열받고 추방당하고, 블랙리스트에 오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객석을 향해 “우리에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실수하지 말라. 이 좌파 문화혁명은 미국독립혁명을 전복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상 등을 지키기 위해 연방법을 시행토록 했다고 하자, 관중은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가 “그들은 우릴 침묵시키려 하지만 우린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관중은 “미국(USA)”을 연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 영웅 국가 정원’ 건립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토머스 제퍼슨, 마틴 루터 킹, 에이브러햄 링컨, 로널드 레이건 등을 거론했다. 일각에선 이들 인물을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후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불꽃놀이를 지켜봤다. 러시모어산에선 2009년 이후 불꽃놀이를 하지 않았다. 건조한 지대인 데다 산불 위험 때문이었다. 사우스다코타 당국은 불꽃놀이 기술이 발전했고, 블랙힐스 국유림이 강해져 올해 허가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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