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편의점 옆 아이스크림 할인점… 근접출점 제한 나몰라라
뉴스종합| 2020-07-06 10:54
아이스크림 할인점 [사진=박재석 기자]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 충청남도 당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은종성(37·남) 씨는 최근 고민이 많다. 지난 3~4월께 운영주인 편의점에서 60~70m 떨어진 곳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생긴 뒤 아이스크림 일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5~6만원 가량 나오던 여름 아이스크림 매출이 올해 들어 20%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할인점들은 편의점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아이스크림 외에도 젤리와 맥주, 과자 등 편의점 판매 상품을 팔고 있다. 은씨는 “말만 아이스크림 할인점일 뿐 세계 과자나 젤리 등 여러 품목을 다 파는 편의점”이라며 “이런 매장이 편의점 바로 옆에 들어오는 일이 많아지며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 옆 무인 가게…근접출점 제한 규제 ‘무색’
편의점 근처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생기고 있다. [사진=박재석 기자]

6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 주변에 이같은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 늘면서 편의점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편의점 간 과당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2월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규약을 만들었지만, 편의점 근처에 유사 편의점 매장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들어오면서 자율 규약의 취지가 사실상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렇다할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자율 규약은 권고 사항일 뿐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도 그저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할 뿐이다.

편의점주들은 무인 가게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이익을 포기하고 과도하게 가격을 낮추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편의점 업계는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지만 소매업자간 과도한 경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 성수가 매출 다 잡아먹어…편의점주 ‘한숨’

또 다른 문제는 무인 가게가 주로 영업을 하는 기간이 여름 성수기라는 점이다. 편의점 매출이 연중 가장 높은 계절은 아이스크림, 맥주, 안주 등이 잘 팔리는 여름이다. 편의점은 이 시기에 끌어올린 매출로 비수기인 겨울 운영을 준비한다. 그런데 여름 한철 편의점 인근에서 장사를 한 뒤 금세 사라지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탓에 편의점 여름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여름 매출이 부진한 편의점은 1년간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은씨는 “1년 동안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르다 보니까 폐업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아이스크림 할인점. 모퉁이를 돌면 바로 편의점이 있다. [사진=박재석 기자]

게다가 최근에는 이런 할인점이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지방까지 퍼지고 있어 피해를 보는 편의점주들이 더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수도권에 한정됐던 편의점과 무인 가게 사이의 갈등이 전국 단위로 확대되며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비정상적인 유통구조 때문에 소비자의 가격 신뢰가 깨지고 다른 소매업체와의 갈등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js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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