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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살고픈 사람 많은데…살 집이 없다”
부동산| 2020-07-08 11:48

# “회사 근처에 살고 싶죠. 아이들 돌보기도 쉽고…그런데 이게 최선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제 대출도 막혀서 서울로 이사할 수가 없어요.”

경기도 분당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 부부는 각각 서울 강남과 종로로 출퇴근을 한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직장에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고 싶지만, 서울 입성을 포기했다. 그나마 이전에 살던 용인보다 서울에 조금더 가까워 진 것으로 위로 삼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 에 따르면,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2596만명으로 비수도권 인구(2582만명)를 넘어섰다. 직장과 자녀교육 등의 문제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관련기사 3·4면

반면 수도권의 중심인 서울에선 사람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빠져나간 인구가 향한 곳은 경기도다. 실제 지난해 서울에선 9만6000명이 경기도로 이동했다. 전문가들은 비싼 집값에 서울을 빠져나가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한다.

KB국민은행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2582만원으로 전년 동기(8억3754만원) 대비 1억원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중윗값은 3억4362만원에서 3억8328만원으로 상승률은 높지만, 절대 금액이 서울 아파트값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1번이나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공급’이 빠진 것을 지적한다. 뒤늦게 대통령이 직접 공급 확대 등을 언급했지만, 이 역시 수요자의 가려운 곳을 비껴간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서울시의 인구는 줄고, 앞으로도 저출산 등으로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도 가구 수는 늘고 있다”면서 “살 집이 필요한 이는 한동안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수는 1992년부터 2019년 사이에 1090만명에서 973만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인구수는 661만명에서 1324만명으로 증가했다. 서울에 직장이 있어서, 집값때문에 수도권으로 이사한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서울 인구가 경기도로 나갔지만, 일자리는 서울이 여전히 우세하고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수요로 인한 서울 집값 폭등을 뒷받침한다. 지난달 고용보험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의 일자리는 각각 430만개와 316만개로 전체 일자리의 31%와 23%를 차지한다. 실제 결혼이 아니더라도 직장 등의 이유로 독립세대가 늘면서, 서울의 주민등록 세대 수는 336만명에서 433만명으로 100만명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이만한 수요를 받아낼 집이 없다는 데 있다. 국토부의 주택건설 인허가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서울 및 수도권 주택 인허가 추이는 급감세다.

특히 서울은 2015년 10만1235호에서 지난해 6만2272호로 40% 가까이 감소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건축물이 착공 후 3~4년 지나 입주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공급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되면 사람들 마음속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집값을 잡기 위해선, 중산층의 ‘주택 소유욕’을 만족시킬만한 공급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3기 신도시 발표에 시장은 1, 2기 신도시들의 성패를 언급하며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언급해왔다.

신도시 가운데 서울 핵심지 접근성이 두드러지고 직주근접이 가능한 분당, 판교, 광교, 동탄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서울 강북 랜드마크 아파트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 ‘원하는 곳에 더 많은 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주선 홍익대 부동산개발학 교수의 ‘서울시 권역별 실질주택수요 기초조사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과 전문가 1038명은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한 정책 우선순위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 공급대책을 꼽았다. 신도시 건설은 수요억제정책 완화에 이은 3위였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수요의 가려운 곳을 자꾸 비껴가며 긁고 있는 것은 곳곳에서 지적된다. 특히 고가주택을 잡으려다 중저가주택 가격도 올리고, 실수요자 피해 사례가 나오자 뒤늦게 보완책을 말하는 ‘땜질 대책’의 부작용은 이미 시장 곳곳을 멍들게 하고 있다.

특히 매매가격을 잡으려다 전세가격을 놓친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됐고, 또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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