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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시각] ‘방역모범국’이라는 ‘칭찬’ 이제는 버려야
뉴스종합| 2020-07-09 11:40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났지만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뭐였고 무엇을 왔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 그저 하루하루가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는 생활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8일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192만920명, 사망자는 54만5279명이며 지금도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3~4월의 폭발적인 1차유행에 이어 현재 수도권에서 2차 유행이 시작되고 있다. 숫자는 1차유행 때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감염경로가 다양해지고 지역도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고 기간도 1차 때보다 더 길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차유행 때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불길이 잡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우리의 순진한 ‘희망사항’이었다. 방심의 대가는 생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완화된 방역대책은 ‘이제 코로나는 끝났다’라는 그간 ‘억눌린 자유에 대한 해방감’에 대한 보상이었지만 바이러스는 그런 인간의 허점을 정확하게 파고들고 있다. 교회와 사찰, 주점, 사우나, 헬스장, 학교, 식당, 동호회 모임 등 사람이 모이는 어디든 집단감염이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상식을 1차유행 때 신천지교회 집단감염과 같은 특수상황의 ‘호된 신고식’과 이후 급감한 수치에 대한 섣부른 안도감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싶다. 이미 지나간 상황이지만 1차유행 때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해서 신규확진자가 5명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연장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찌 됐던 현재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인 생활 속 거리두기로는 2차 유행을 신속하게 통제하기에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보다 강화된 단계로 조속히 전환하지 않을 경우 올가을 예상되는 3차 유행까지 이어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광주, 대전과 같은 지방 대도시와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상황은 심각하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도 얼마 전 브리핑에서 “5월 연휴로부터 촉발된 2차유행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대유행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2차 지역사회 유행이 반복되면서 진행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8월까지도 2차유행이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엔 올가을 예상되는 3차유행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차를 넘어 4차, 5차 등 n차 유행이 어느 정도까지 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유입 확진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역발생수치보다 더 많이 나오는 날도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깜깜이 감염자’ 수치도 11%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 방역의 실효성도 위협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최근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발령했다. 수도권도 앞을 내다보는 선제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방역당국은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는 입장이지만, 2차 유행을 서둘러 잡지 못하면 올가을 이후 상황은 통제가 불가능할지 모른다. 1차유행 때의 성공적인 방역의 기억만 가지고 현 상황을 대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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