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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역대최저 인상률은 기업살리기 …저임금 노동자 고용유지에 방점
뉴스종합| 2020-07-14 08:03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기준으로 올해(8590원)보다 1.5%(130원) 오른 8720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대의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고 집권 초기 최저임금 인상 드라이브를 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역설적이게도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이후 역대 최저의 인상률 기록으로 남게됐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전원회의는 근로자위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공익위원들이 낸 안으로 표결에 부쳐졌다. 찬성 9표, 반대 7표로 채택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연합]

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결정한 것은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기업살리기와 노동자의 소득증가보다 저임금 노동자 고용유지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최저임금이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인상률을 기록하게 됨에 따라 결국 최저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주장한 경영계의 주장이 힘을 얻은 결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지금까지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을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2.7%인상보다 인상폭이 크게줄어든 수치다. IMF 외환위기 당시 고용 충격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보다 훨씬 심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첫 3개월인 올해 3∼5월 국내 취업자 감소 폭은 87만명으로, IMF 외환위기 첫 3개월인 1998년 1∼3월의 103만명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정규직 노동자가 대량 해고로 내몰렸지만, 코로나19 사태의 고용 충격은 비정규직, 임시·일용직, 특수고용직 등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주로 받는 사람도 이들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주도한 공익위원들도 이 부분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지표의 악화가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는 주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한 영세 사업장의 감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는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한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이들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우선 목표로 삼는다면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얘기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조정하는 비용이 노동력인데 최저임금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을 경우 초래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일자리 감축 효과, 그것이 노동자 생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외면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수백만 명에 달한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내년에도 확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동결 혹은 삭감과 같은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사용자는 실제 임금을 그만큼 덜 올려주고도 최저임금 위반을 면할 수 있게 된다.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들어가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단계적으로 확대돼 2024년에는 전액이 산입 범위에 포함된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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