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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 잇단 명승부 ‘안방 흥행몰이’
엔터테인먼트| 2020-07-14 11:42
경기 마친 뒤 포옹하는 임희정(왼쪽)과 박현경
KPGA 군산CC 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 [KPGA 제공]

인기있는 톱랭커들도 대거 출전하고, 명승부가 연출되고, 깜짝스타도 탄생하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예년보다 일정은 축소되고, 뒤늦게 시작한 한국남녀프로골프가 화려한 라인업과 명승부가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TV중계로 지켜보는 골프팬들의 갈증을 씻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막을 내린 KPGA 군산CC오픈은 최근 5년간 KPGA 코리안투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했다. JTBC골프에 따르면 4일간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평균 시청률은 0.246%(이하 전국 유료 가구 기준)으로 지난해 시청률(0.071%)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일 최종라운드에서 김주형(18·CJ대한통운)과 한승수(34·미국)가 우승경쟁을 펼치던 오후 1~4시 사이 경 평균 시청률은 0.439%까지 기록했다.

KPGA투어의 흥행에는 김주형이라는 18세 스타의 탄생도 한몫했다.

해외에서 먼저 데뷔한 김주형은 아시안투어에서 이미 우승경험이 있었다. 세계랭킹 300위 이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출전권으로 국내 투어에 첫선을 보인 김주형은 지난주 KPGA 개막전에서 18번홀 극적인 이글을 잡아내며 연장 끝에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던 김주형은 이어 열린 군산CC오픈에서 국내투어 프로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단 2개대회만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뛰어난 경기운영능력은 물론, 도저히 10대라고 여겨지지않는 멘탈은 어떤 선수와의 경쟁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남자골프에 김주형돌풍이 있다면, 여자골프에는 박현경의 활약이 돋보였다.

개막전인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박현경은 비때문에 13일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2000년생 동갑내기이자 절친한 사이인 임희정과의 대결 끝에 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신인왕 경쟁에서 조아연에 신인왕을 내주고 2위를 기록한 임희정, 3위를 기록했던 박현경이다. 하지만 올해는 박현경이 앞서가고 임희정과 조아연이 뒤쫓는 형국이 됐다. 박현경은 개막전 우승 당시에도 임희정과 챔피언조에서 대결한 바 있다.

KLPGA투어는 이들의 대결이 흥행카드로 제격이라고 판단해 여러 대회에서 같은 조에 편성하고 있다.

또 다른 인기의 비결은 남자투어의 경우 화끈한 장타, 여자투어는 국내파와 해외파의 대결이다.

최근 PGA투어 역시 장타력을 앞세운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파4홀에서 원온을 노리거나 성공시키는 경우가 많아 골프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지만 국내 선수들의 파워도 몰라보게 업그레이드 됐다.

14일 현재 KPGA 드라이버 비거리 부문을 보면 1위 김태훈이 평균 316.385야드로 올라있는 것을 비롯해 허인회(300.778야드)까지 무려 18명이 평균 비거리 300야드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2개 대회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이라 대회가 늘어날수록 보정이 되겠지만, 과거에 비해 장타자가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3차례 장타왕에 올랐던 김봉섭은 “비거리의 중요성을 절감한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선수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장타왕 기록을 살펴보면 2013년 김태훈이 301야드로 1위를 차지했지만 2014~2018년까지는 300야드를 넘긴 선수가 없다. 지난해 5명이 300야드를 넘어섰고, 올해는 더 많은 선수가 300야드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인기스타들이 많아진 것도 골프팬들의 눈길을 끄는데 일조하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해외에서 뛰고 있을 선수들이, 해외투어들이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는데다 외국의 코로나방역 시스템을 믿지 못해 국내 투어에 대거 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자의 경우 일본과 유럽에서 뛰던 박상현 김경태 양용은 김형성 등이 가세하면서 스타기근으로 어려움을 겪던 KPGA투어가 활기를 띄고 있다.

여자투어는 세계 최정상급인 LPGA투어 활약 선수들이 국내에 머물면서 더 뜨거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혜진 박현경 임희정 등 국내스타들과 고진영 김효주 이정은 김세영 등 해외파들이 매 대회 출전하고 있어 골프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 악재로 스폰서들이 대회 후원을 취소하고, 홍보효과가 반감되는 어려움에 직면했던 남녀골프가 선수들의 흥미진진한 경쟁으로 활기를 띄어가고 있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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