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노자의 무위? ‘백성을 규제하지 말라’
라이프| 2020-07-17 07:58

1993년 중국 호북성 형문시 곽점촌에서 죽간본 ‘노자’가 발견돼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앞서 1973년 호남성 장사 마왕퇴에서 백서본 ‘노자’가 발견됐던 때보다 더했다. 고대의 묘에서 발견된 이 고서본 둘은 서로 내용과 형식이 달랐을 뿐 아니라 그동안 세상에 알려진 왕필본과도 크게 달라 세 판본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노장철학의 권위자로 20여년전 ‘백서 노자’를 출간했던 이석명 전 전북대 HK교수가 이 세 판본을 비교하고 주석가들의 저작까지 망라, 한층 깊어진 노자 이해를 바탕으로 ‘노자’(민음사)를 펴냈다.

이번 책 역시 ‘백서 노자’를 저본으로 삼았다. 가장 오래된 판본인 죽간본이 본래의 노자에 가까울 수 있지만 훼손된 부분이 많아, 백서본을 중심으로 죽간본과 왕필본과 비교해 오류를 잡는 방식을 택했다.

노자에 대한 그간의 논란은 ‘해제’에 담았다.

세 판본을 놓고 학계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와 있다. 분량이 적은 시기적으로 가장 오래된 죽간본의 경우, 발췌본일 것이라는 주장과 백서본과 현행본은 죽간본을 바탕으로 기타 학설들을 수집·종합 발전시킨 것이라는 설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세 판본을 세밀히 분석, ‘점진적 발전설’을 제기한다. 세 판본 사이에 추가, 중복, 개조, 착간, 주문의 경문화, 정형화 등 텍스트상의 수많은 차이가 있는데, 시대가 변하는 과정에서 개조, 추가, 세련화 등 다양한 작업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노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한 걸까. 저자는 공자가 당시의 혼란을 주 왕조의 쇠퇴와 주 문화의 붕괴에서 찾은 것과 달리, 노자는 사회가 조직화되고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으로 봤다.이에 따라 위정자들의 과도한 인위적 개입을 비판, 정치적 불간섭, 사회 조직의 해체, 문화 생활의 거부 등 무위정치를 주장하게 된다.

“백성을 규제하는 법률이나 예법을 느슨하게 하고, 백성을 인위적으로 이리저리 이끌고 가려 하기보다는 그들이 자연적인 본성을 온전히 발현하도록 놓아”두는 게 노자가 본 정치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는 아무런 행위가 없음, 나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위(爲)가 없는 행위, 즉 자연의 이치에 역행하는 행위, 개인적 욕심을 내세우는 행위, 작위적· 계산적인 행위 등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행위로, 노자는 무위가 바로 도(道)라고 했다.

책은 대중적인 읽기를 위해 잘 알려진 왕필본처럼 1장에서 81장으로 구성했으며, 각 장마다 핵심내용을 제목으로 삼았다. 특히 ‘판본 비교’를 통해 가장 노자다움에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노자/이석명 역주/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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