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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커머스·T커머스 ‘사실상 홈쇼핑’ 범람에 홈쇼핑사들 아우성
뉴스종합| 2020-07-20 07:01

T커머스부터 라이브커머스까지 ‘유사홈쇼핑’이 범람하면서 TV홈쇼핑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홈쇼핑사에만 중첩 규제가 적용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논란이 나온다. 홈쇼핑사들은 신형 커머스사업자와 달리 달리 방송발전기금 납부의 부담을 지는 것은 물론 심의, 방송편성에서도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홈쇼핑인 T커머스에는 규제 수준이 가볍다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라이브커머스 역시 홈쇼핑이나 다름 없는 유통채널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 규제에서는 비껴나 있다.

홈쇼핑사들은 공공재인 방송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방송심의를 받고, 방송발전기금을 납부하고 있다. 방송발전기금은 방송통신 연구개발 사업이나 방송통신서비스 활성화 사업 등에 사용되는 기금이다. 현행 규정은 전년도 결산상 영업이익의 15% 범위에서 기금을 납부하게 돼 있는데, 지난해 홈쇼핑사들이 분담한 방발기금은 영업이익의 13%였다. 홈쇼핑사들은 매년 600억원 상당의 방발기금을 낸다.

여기에 홈쇼핑사들은 중소기업제품을 일정 수준 이상 편성해야 하는 의무편성비율도 적용받는다. 의무편성비율은 홈쇼핑사마다 다르지만,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설립된 홈앤쇼핑은 80%에 이른다. 공영쇼핑은 방송 제품의 100%가 중기 제품이나 농·수·축산물이어야 한다. GS샵과 CJ오쇼핑은 55%를 적용받고, NS홈쇼핑은 농·수산물·식품 의무편성 비율이 60%다. 주로 재승인 심사때 의무편성비율이 다시 정해지는데, 롯데홈쇼핑은 전신인 우리홈쇼핑 시절 65%였다 지난 2018년 조건부 재승인 당시 70%로 높아지기도 했다.

반면 T커머스는 홈쇼핑사보다 규제가 한결 가볍다. T커머스는 데이터 방송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정부에서 2005년 10개 사업자를 승인했으나, 수년간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하다 2012년 ‘홈쇼핑 같은’ 방송으로 선회하면서 부쩍 성장했다. K쇼핑이 실시간 홈쇼핑과 유사한 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고,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데이터 홈쇼핑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타 업체들도 ‘유사홈쇼핑’ 형태의 방송에 뛰어들었다.

현행 T커머스는 생방송만 없을 뿐, 실제 소비자들이 보는 방송 형태는 홈쇼핑이나 다를 바 없다. 방발기금은 분담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법 상으로는 영업이익의 10%를 납부하게 하고 있지만, T커머스들은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해 기금을 내지 못했던 것. T커머스사들은 녹화방송이어서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고 항변하지만, 역설적으로 심의에 걸릴만한 요인들을 녹화시 피해갈 수 있어 장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규제는 아니지만 홈쇼핑사의 성장에 가장 큰 고충인 ‘송출수수료’ 측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두드러진다. 홈쇼핑사들은 판매수수료의 절반 이상을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IPTV 사업자에 송출수수료로 지급한다. 홈앤쇼핑, 공영쇼핑 등 7개 홈쇼핑사들이 지급하는 송출수수로는 2014년 1조원을 넘어선뒤 2015년 1조1399억원, 2016년 1조2240억원, 2017년 1조3114억원, 2018년 1조4335억원, 지난해 1조5497억원까지 증가했다.

홈쇼핑사들은 지상파 방송 사이에 위치하는 ‘황금채널’을 잡아야 매출이 오르기 때문에, 방송사업자 측의 무리한 송출수수료 요구에도 협상력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황금채널이 필요한 사업자들은 TV홈쇼핑사 7개와 T커머스 10개 등 17곳.

반면 IPTV 사업자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세 곳 뿐이다. 이들이 갑인 구조에서 홈쇼핑사와의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IPTV사업자들은 황금 채널의 가격을 깎지 않고 T커머스를 하는 자회사로 넘기기도 한다. KT의 K쇼핑이나 SK브로드밴드의 SK스토아 등 T커머스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협상에서 밀린 홈쇼핑사들은 소비자 유입이 낮은 뒷번호로 밀린다.

최근 우후죽순 생기는 라이브 커머스 역시 ‘유사홈쇼핑’이지만,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세를 늘리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모바일을 통해 볼 수 있는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온라인·모바일로 보는 홈쇼핑이라 할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사업자 뿐 아니라 11번가, 티몬 등 e커머스 유통사, AK, 롯데 등 백화점 기반 유통업체들도 뛰어들었다.

정부에서도 소상공인들의 디지털·스마트화(化)에 적합한 방식이라며 적극 독려하고 있다. 최근 성료한 대한민국 동행세일 당시 7개 부처 장관들이 라이브커머스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네이버, 티몬, 11번가 등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는 기업들과 다양하게 손을 잡으며 라이브커머스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해보고 있다.

그러나 라이브커머스는 방송법상 방송이 아니어서 심의를 받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인 표시광고법만 적용받는다. 판매 제품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출연진들이 어떤식으로 제품을 알리는지 등에 대해 별다른 규제가 없다.

한 홈쇼핑사 관계자는 “홈쇼핑사들은 재승인이라는, 기업의 생사여탈권이 달린 계기가 있어 중기 제품을 편성해야 하는 비율부터 방송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규제를 받는다”며 “T커머스나 라이브커머스는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홈쇼핑으로 비춰지는 채널인데, 홈쇼핑만 규제 강도가 강하다”고 호소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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