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 설] 임기응변식 세제개편, 언제까지 부자증세만 할 것인가
뉴스종합| 2020-07-23 11:30

정부가 22일 내놓은 ‘2020 세법개정안’은 다분히 감상적인 목적만 두드러질 뿐 장기비전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단기조치로 보인다는 얘기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회적 연대강화’라는 명칭으로 포장된 부자증세 서민감세와 “투자의지를 꺾지 말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서 비롯된 주식양도소득 과세정책의 후퇴 두 가지다.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45%로 높였다. 반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는 영세사업자 기준은 연매출 3000만원 미만에서 4800만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했다. 간편세무신고에 세부담도 줄어드는 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도 연매출 4800만원 미만에서 8000만원 미만으로 높였다. 주식 양도소득세의 과세 기준은 당초 연간 2000만원 수익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올라갔다. 정부는 세수증대를 위한 세법개정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실제로 이번 개정안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은 1조8760억원이 늘고,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은 1조7688억원 줄어든다. 5년간 세수 증대가 676억원에 불과하다. 세수 중립적이라고 봐도 좋을 만한 수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복지정책을 감안할 때 세수증대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세수가 필요하면 고소득층에서 더 받아내는 식으로 충당해온 게 그동안의 조세정책이다. 거의 2년에 한 번꼴로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가 이뤄졌다. 이젠 누진율이 한계에 달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지방세까지 포함할 때 49.5%까지 늘어난다. 이제 우리보다 명목 최고세율이 높은 곳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6개국뿐이다. 세금으로는 최선진국인 셈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부자증세는 어렵다.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때부터는 징벌적 과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세저항도 불가피하다.

결국 세수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 필요하다.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일이다. 돈을 잘 벌든 못 벌든 세금은 내는 게 맞다. 잘 벌면 많이 내고 못 벌면 조금 내면 된다.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가 전체의 40%를 넘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미국의 면세자 비율은 30%고 우리와 비슷한 누진율을 보이는 일본은 15%에 불과하다.

부의 불평등 문제는 복지지출의 재분배로 해결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고 이 돈을 저소득층에 집중해 써야 한다는 얘기다. 미래를 생각하는 세제개편안엔 그런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인다 해도 결국 임기응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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