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IT과학칼럼] ‘꿈의 주파수’ 테라헤르츠파
뉴스종합| 2020-07-30 11:31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인지하는 빛이 형광등 빛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일견 맞아보이지만 무한한 빛의 세계와 비교해보면 보잘것없어 보인다. 빛은 주파수 스펙트럼에서 볼 수 있듯이 전자기파로, 인간이 보고 느끼는 영역은 전 대역 대비 너무나 미미하다. 파장이 10nm(나노미터) 이하에 불과한 X-선부터 파장이 수cm급인 마이크로파까지 주파수 대역을 살펴보노라면 새로운 주파수 개척을 위해 그동안 인류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0년 후 우리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과거 기술발전 예측의 정확도로 미뤄 짐작해볼 때 많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산업 영역을 확보한 광파 및 마이크로파 영역 또한 통신·의료·군수 등 매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산업 간 융합이 진행 중이다. 분명한 것은 전자기파 또한 대역 확장을 위한 노력과 이를 통한 신산업 발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전자기파 대역의 새로운 개척에서도 최근 핫 이슈는 테라헤르츠(THz)파 분야로, 1초에 1조번 진동을 하는 전자기파로 유명하다. ‘꿈의 주파수’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한창이다. 금속을 제외한 플라스틱이나 섬유 등 투과가 가능하고 적외선과 밀리미터파 사이에 존재하는 0.1~10THz 주파수 영역의 전자기파다. 전파의 투과성과 광파의 직진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보인다. 소자 개발, 분광, 영상기술 등 기초과학 분야는 물론 의공학, 보안, 환경·우주, 정보통신 등 다양한 응용과학 분야에서 이미 그 중요성이 검증됐다. 이로써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은 실험실 수준에 머물고 있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테라헤르츠 기술 연구는 ETRI의 전담연구실이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테라헤르츠 소스기술, 영상기술 등 다양한 원천기술을 개발해왔다.

최근 연구진은 실험실 수준에서 벗어나 테라헤르츠 기술을 산업 현장에 본격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차전지의 불량 검증, 수소연료전지 생산효율 측정, 수술 부위의 암 경계 진단, 100Gbps급 이상의 무선신호 전송, 스마트 팩토리 물류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태깅 기술 등 산업제품 및 생산시설에 널리 적용이 예상된다. 물론 이 기술이 새로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존 기술에 비해 월등한 성능과 독보적인 기능을 제시해야 한다. 또 현재 이 기술을 통해 개발되고 있는 기술 수요 대부분이 기존 기술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 해결이라는 점에서 산업 현장에 널리 확산되려면 기술 성숙의 시간 또한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개발의 과정을 통해 기술적 도약으로 ICT로부터 의료, 우주, 국방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의 유용성이 입증될 것으로 기대된다.

테라헤르츠라는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선도자로서 새로운 서비스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연구자들의 창의적 의지가 모여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 미증유의 미래 대표성과를 창출한다면 국가 기술경쟁력 견인은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에도 큰 기여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장밋빛 미래를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또 그런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기여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연구자는 분명 즐거운 일이다.

강성원 ETRI ICT창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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