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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M] 美연준, 2%이상 인플레 용인할듯…금값 3000달러 가나
뉴스종합| 2020-08-04 09:25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금 가격이 지난 7월 중순 이후 쉴 새 없이 상승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풍부해진 유동성 환경, 실질금리 하락 등의 환경이 최근의 금값 랠리를 견인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달러 가치가 주된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3월 코로나19 쇼크 이후 달러 공급을 폭발적으로 늘려왔다. 미국 뿐 아니라 유로존과 일본, 한국 등 주요 경제우방들에게도 크레디트 라인을 제공하며 사실상의 발권력을 동원했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달러 살포가 이뤄진 셈이다.

미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국채 매입을 지속한다면 달러 공급은 계속 늘어나게 된다. 2000달러 선에 다다른 금값이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연준 입장에서는 향후 통화정책이 작동할 수 있도록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실물경기 인플레를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준이 목표로 삼고 있는 2% 인플레 타겟을 일시적으로 상향시키는 방향의 안이 현재 가능성 높게 거론되고 있다. 인플레 국면에서는 현금의 가치가 하락하고, 이후 금리가 오르게 되면 국채가격도 떨어진다.

◆기대인플레이션 5개월來 최고…인플레이션 헤지수요 는다

4일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국제금융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BEI(Breakeven Inflation Rate·10년)는 지난달말 현재 1.55%를 기록, 지난 2월 24일(1.59%) 이후 최고를 나타냈다.

BEI는 미국의 일반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간의 수익률 격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연방준비제도(Fed)와 글로벌 투자자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지수다.

BEI가 상승 추세에 있단 것은 연준과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물가 상승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 여론이 우세해지고 있단 뜻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가치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표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수단인 금이 앞으로 더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단 것이다.

실물 경제에서의 물가압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는 이보단 기대 인플레이션에 주된 조정을 받는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명목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기대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이 당분간 나타날 수 있다면 금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은 있다”며 “미 달러화 약세나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 확대 외에도 금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들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011년과 2018년을 제외하면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를 위해 연준이 2% 인플레 타겟을 일시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가능성 높게 거론 중이고, 이런 정책변화로 물가상승이 현실화될 것이란 기대가 강화된다면 장기금리에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질금리의 마이너스폭이 확대된 점도 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질금리는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제 금리로,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차감해 계산한다. 제로금리에 도달해 있는 미국의 정책금리는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올라가자 실질금리는 더 마이너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일반국채에 물가위험을 제거한 TIPS 금리는 실질금리의 프록시(대리)로 사용되는데, TIPS 10년물의 마이너스 폭은 최근 확대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이 금리가 떨어질수록 금 가격은 상승해 왔다.

◆弱달러 요인 ‘유럽·재정적자·바이든’··…“3분기 달러지수 87포인트까지 갈 것”

금 가격의 하락 속도만큼 달러의 절하 기울기도 가파르다.

최근의 달러 약세의 요인으로는 ▷유럽의 경기부양효과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 약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바이든 미 대선후보의 지지율 우세 등이 꼽힌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달러화 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우세하다”며 “유럽과 미국 간 경기 모멘텀 차가 재확인되는 과정에서 약 달러 흐름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경상·재정수지는 4개 분기의 시차를 두고 달러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상·재정수지로 본 3분기 평균 달러 지수는 87.4포인트로 추정되며, 최근 빠른 달러 약세에도 실제 달러지수는 추정 값에 비해 6.4%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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