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 공장 3명·가평 펜션 3명 모두 산사태로 숨져
전문가 “옹벽 등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대상 넓혀야”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이 토사에 매몰돼 있는 모습.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
[헤럴드경제=박병국·신주희·주소현 기자]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나흘 내리 이어진 집중폭우로 4일 오전까지 발생한 12명의 사망자 중 10명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산사태로 사망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흘러내린 흙더미를 옹벽이 버티지 못하면서 변을 당했다. 산사태 위험이 있는 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산기슭에 지어지는 건축물 허가에도 당국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오전 6시 기준)에 따르면 지난 1~3일 폭우로 12명(서울 1명·경기 7명·충북 4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는 14명(경기 2명·충북 9명·충남 3명)이었다. 이재민은 629세대 1025명으로 지난 3일보다 100여 명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555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391명 ▷강원 70명 ▷서울 9명이었다.
▶사망자 12명중 10명이 산사태 숨져=특히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컸다. 사망자 12명 중 10명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일 경기 평택에서는 흙더미가 반도체 장비 부품 공장의 임시 건물을 덮쳐 작업장에 있던 차모(36)씨 등 3명이 숨졌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같은 날 경기 가평의 한 펜션의 목조 건물에 흙더미가 덮쳐 3명이 사망했다. 건물 뒤편 옹벽이 흘러내린 토사물을 버티지 못했다. 펜션 주인인 어머니(78)와 딸(37), 손자(3) 등 3대가 목숨을 잃었다. 토사에 묻힌 베트남인 직원은 아직 찾지 못했다.
지난 2일 경기 안성에서는 최모(59)씨가 양계장 내 주거용 건물이 산사태로 무너져내리면서 숨졌고, 충북 충주에서도 윤모(77·여)씨가 토사가 집을 덮치면서 변을 당했다. 충북 제천에서는 캠핑을 하던 홍모(43)씨가 산사태로 사망했다. 충남 아산에서는 77세 남성과 80세 남성이 집 마당에서 산사태로 떠밀려온 토사에 중심을 잃고 주변 하천에 빠져 실종됐다.
▶옹벽 무너져 참사…전문가 “안전 점검 강화해야”=각각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피해가 가장 컸던 경기도 가평 팬션과 평택 반도체 공장 사고 모두 건물 뒤쪽에 있는 옹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났다. 특히 할머니와 딸, 손자까지 일가족 참사가 일어난 가평 펜션의 경우, 가평군과 소방당국, 산림청 모두 안전점검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가평소방서 관계자는 “옹벽 점검이나 건물안전점검은 소방 점검 대상이 아니라 하지 않는다”고 했고, 가평군청 역시 “토목, 건축 관련해서 직적 점검할 사항이 아니라 해당 펜션을 점검한 적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산사태 취약지역 점검 주무부서인 산림청은 “가평 펜션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산사태 위험 점검 등이 포함된) 국가안전대진단 점검대상 포함여부를 모른다”며 “가평군에 문의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 위험 지역의 건축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중턱에 위치한 건물의 경우 옹벽을 수시로 점검하고 개보수를 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위험 사각지대에 위치한 펜션 등 건물이 100만개 정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은 급경사지 위험지역 4만곳과 산사태 취약지역 2만곳 합쳐서 6만곳만 관리하고 있다. 관리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당국의 무분별한 허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가 일어나면 만리장성 아니고서야 어떤 건물이라도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산사태 지역에 개발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 교수 역시 “산기슭을 훼손하고 개간해 건물을 짓거나 건물 주위의 나무를 벌목하는 것도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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