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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라의 동방불패] “알리바바, 많이 컸네”…中정부, 빅테크금융 팽(烹)하나
뉴스종합| 2020-08-05 09:51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많이 키워줬더니 괴물이 됐군. 손 좀 봐야겠네”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빅테크 공룡에 대한 규제에 돌입했다. 은행주도의 법정 디지털위안화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 그동안 간편결제산업을 도맡아 온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눈엣가시’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는 “법정 디지털화폐의 폐쇄식 내부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디지털화폐 연구개발을 적극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법정 디지털화폐 출시가 연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화폐를 주도하는 인민은행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독점 혐의로 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화폐는 현금 통화를 뜻하는 본원통화(MO)의 기능 일부를 대체하는 것으로, 인민은행이 시중은행과 이동통신사 등 운영기관에 먼저 배분하고 고객은 이들 운영기관을 통해 디지털화폐를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 대형 은행들도 전자 결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면서 중국의 금융산업 구도 자체에 메가톤급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거지도 QR코드를 들이대며 구걸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편결제가 보편화 돼 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가 결제를 지원한 결과다. 일부 쇼핑몰에서는 아예 현금을 받지 않아 외국인 관광객이 점원에게 QR코드로 대신 결제하게 한 후 현금을 지불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중국의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6540억위안(약 112조원)으로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의 세계 결제액 합계를 넘어섰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중국 간편 결제시장읜 55%와 39%를 점하고 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사용자 수는 각각 9억명과 8억명으로 독점 수준이다.

그 동안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나 텐센트의 금융 진출에 놀라울 정도로 관대한 자세를 보였다. 덕분에 중국의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화폐가 유통되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는 상극이 된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미중 갈등 격화로 달러 주도의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보고 위안화 국제화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화폐 발행이 시급하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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