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기안84의 웹툰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
라이프| 2020-08-14 12:56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웹툰작가 겸 방송인인 기안84가 여성 혐오 논란 등 연일 논란에 중심에 섰다. 불통은 웹툰 연재 중단과 함께 그가 출연하고 있는 MBC 관찰예능 ‘나 혼자 산다’로 튀고 있다.

예술적 창작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의 웹툰 ‘복학왕’에는 성인지 감수성을 무시하는 표현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표현 하나하나를 문제 삼는 게 자칫 창작 의지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안 걸리는 작품이 어디 있냐는 반응들의 정서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지 감수성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생각을 하고 표현해야 한다. 다른 작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넘겨서는 안 된다. 한 번은 ‘실수’로 넘어갈 수 있지만 자주 하면 ‘고의’가 된다. 아니면 ‘개념’ 자체가 없는 거다.

‘복학왕’ 304화에서 여성 인턴이 남성 팀장과 성관계를 하고 정규직이 된 것처럼 묘사하는 장면이 문제가 되자 기안84가 내용을 일부 수정하면서 웹툰 말미에 사과문을 추가했는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극 중 인물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라고 했다. 이는 “귀엽다고 뽑아주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는 또 다른 반발을 불러들였다.

물론 여성 인턴이 ‘조개’를 배에 올려두고 긴 물체로 깨는 행위를 수달로 겹치게 보이게 하려는 표현 양식도 부적절했다.

이 밖에도 그가 그린 과거 웹툰에 “누나는 늙어서 맛없다”는 대사가 나온다.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비하 논란이 일어났던 적도 있다.

‘나 혼자 산다’에 함께 출연하는 여성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와 아나운서 전현무는 ‘지하사’와 ‘전헌무’라는 이름으로 그의 웹툰에 등장한다. 지화사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지헌무를 이곳을 찾는 아저씨로 그려 동료들을 비하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기안84는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했다.

그를 향한 논란은 단순한 수위·표현방식의 문제 못지않게 소재와 사고와 개념의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표현방법은 조심하면 되지만 의식 속 사고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더 고민해서 표현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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