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헤럴드광장] 창의성을 기르려면
뉴스종합| 2020-08-24 11:29

시대를 막론하고 부모들의 중요한 관심사는 교육이다. 여러 방송에서 유명인들이 2세들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교육법에 투자하는 모습을 조명하며, 전문가들은 교육의 융합과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특정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력으로 선진국 대열에 든 한국이지만, 아직 과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에서는 국가 위상에 걸맞은 위치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많은 학생은 목표지향적인 교육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교육이 그 목표를 얼마나 훌륭하게 이루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필자가 만난 해외 과학자 중에는 대학교까지는 음악을 전공했거나, 엘리트 운동선수로 활동했던 사람이 꽤 많았다. 유명한 운동선수나 예술가 중에도 과학 등 다른 분야를 전공한 사람도 많고, 프로 운동선수가 명문대에서 과학 분야 박사과정을 밟는 경우도 있다. 이를 시간낭비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다양한 경험의 융합은 시야를 넓혀 주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운동선수 출신 과학자들을 보면 공부만 한 사람들보다 뛰어난 체력과 끈기 그리고 결단력과 승부욕이 있었는데, 이런 자질이 연구의 중요한 고비에서 도움이 됐다.

20세기 최고의 천체물리학자로 우주 팽창을 발견한 에드윈 허블은 대학 4년 동안 주전 농구선수로 자신의 팀을 전국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남들보다 늦게 천문학을 시작했지만 강한 승부욕과 집념을 발휘해 천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했다.

현대 물리학의 시조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다양한 경험이 도움이 된 가장 중요한 예다. 갈릴레오의 아버지는 16세기 바로크 음악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음악가 빈첸조 갈릴레이다. 빈첸조는 아들을 법학, 예술, 과학 등 다양한 교육을 시키면서 자신의 작업실에서 악기 개발을 돕게 했다. 아버지의 예술적 영향을 받은 갈릴레오는 악기를 연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연현상을 연구할 때는 주변의 영향을 모두 제거한 후 가장 이상적인 상태에서 실험을 해야 한다는 현대적 의미의 물리 실험을 제안했다. 마찰이나 공기 저항을 제거하면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 방향과 속력은 바뀌지 않는다는 관성의 법칙은 이렇게 탄생했다.

갈릴레오는 미술학교에서 원근법과 명암법을 가르쳤을 정도로 전문가였다. 망원경을 통해 달, 토성, 금성, 목성 등 행성을 관찰하며 태양빛의 그림자를 통해 행성의 모양과 표면의 지형을 추론했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가 당대의 학자들을 넘어서서 새로운 학문을 개발한 것은 그의 남다른 넓은 시야가 있어서 가능했다.

학생들의 시야가 넓게 형성되도록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은 창의력 육성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준다. 부유한 환경의 아이들이라면 사교육을 통해 이런 경험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서도 공교육이 비슷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는 눈앞의 성적과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만큼 청소년들의 성장기에 과도한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사회 변화도 함께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이 갖춰져야 한국이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문화의 선도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장상현 기초과학연구원 순수물리이론 연구단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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