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日 스가시대 개막] 아베 정책 계승 자처한 스가…변화보단 안정
뉴스종합| 2020-09-15 09:40
16일 차기 일본 총리 선출을 앞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자민당 신임 총재는 전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주요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14일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돼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는 ‘개혁’을 입에 올렸지만 어디까지나 무게 중심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는데 맞춰졌다.

스가 총재는 15일 니카이 도시히(二階俊博)로 자민당 간사장을 유임했다. 갑작스럽게 넘겨 받은 정권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가 당내 주요 파벌의 고른 지지를 받아 비교적 손쉽게 총재 자리에 오른 것 역시 아베 정권의 정책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당내 파벌의 의중을 방증한다. 스가 총재 입장에선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언론과 해외 유력 매체들도 스가 내각이 아베 내각의 주요 정책을 이어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아베노믹스’로 불리며 금융완화와 적극적 재정지출을 펼쳐온 경제정책은 스가 총재가 “아베노믹스를 책임감 있게 이어나가 더욱 진전시키겠다”고 말한 만큼 ‘스가노믹스’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과 관계를 아베 내각 때처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스가 총재에겐 다른 선택지가 사실상 없다.

크리스티나 L. 데이비스 하버드대 미일관계 프로그램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위기와 불확실성이 큰 시기엔 안정적인 위기 관리자로 비쳐지는 것이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8년간의 아베노믹스로 나라빚이 눈덩이처럼 불고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추가 카드도 마땅치 않은 것은 부담이다. 스가 총재는 앞서 소비세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논란이 일자 황급히 철회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일본 류츠우케이자이대 다카시 류자키 교수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스가 내각은 극도록 실용적일 것”이라면서도 명확한 비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외교적으로는 아베 이어받기가 좀더 노골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가 총재는 아베 정권에서 줄곧 관방장관 자리를 지켜왔지만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을 면담한 것을 제외하면 대외 활동에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다. 그는 지난 12일 일본기자클럽이 연 토론회에서 아베 총리의 정상 외교를 극찬하며 “(아베 총리와) 상담하면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미국과 동맹을 중심축으로 유지하면서 중국과는 합리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베 내각에서 미일 관계는 아베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는 점에서 스가 총재가 얼마나 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스가 내각이 ‘카게무샤(影武者·그림자무사)’ 역할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는 정부 부처 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일본의 디지털화를 다룰 ‘디지털청’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히며 “개혁을 이해하는 사람을 뽑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NHK는 코로나19 보조금이 잘못 분배되는 등 IT행정의 후진성이 도마 위에 오른 뒤 디지털화 촉진은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전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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