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빚투 개미’ 상투잡나…과열 IPO시장 잇단 ‘경고음’
뉴스종합| 2020-09-21 11:15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

기업공개(IPO)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IPO 대어(大魚)로 꼽히는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에 이어 이번주 빅히트엔터테인먼트까지 데뷔하면서 열기가 식지 않을 전망이다.

IPO 참여를 위해 빚까지 내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 가운데, 공모 이후 급등한 주가가 고점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폭락하면서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발목 잡히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상장한 카카오게임즈까지 올해 들어 공모주 청약에 쏠린 돈만 150조9000억원에 이른다. 투자자예탁금은 60조를 넘어섰고, 이른바 ‘빚투(빚내 투자)’로 불리는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8조원에 육박한다. 이 돈들이 틈틈이 공모주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IPO 시장을 달구고 있다..

올들어 현재까지 몰린 청약증거금 150조9000억원은 지난해 전체 증거금 99조4000억원의 약 1.5배 수준이다. 신규상장 종목이 크게 늘지 않은 점(지난해 99개, 올 9월 현재 45개)을 감안하면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셈이다.

시장이 심한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개인들의 경우 고점에 물려 손실을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SK바이오팜, 에이프로 등 최근 상장한 종목의 주가가 상장 후 전고점 대비 35% 이상 하락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바이오팜은 26만9500원까지 올랐으나 18일 종가가 17만1000원으로 37%까지 하락했다. ‘따상(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 두 배로 거래를 시작해 이날 상한가까지 상승)’, ‘따상상(따상 이후 다음 거래일도 상한가 기록)’만 보고 추가매수한 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IPO 종목의 급등은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도 일정 부분 반영됐지만, 그보다는 유동성과 단타 자금의 힘에 의한 바가 컸다”며 “기업가치를 개별적으로 평가해본 후 매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군소 펀드와 법인이 같은 공모가액을 기계적으로 제출하면서 경쟁률을 부풀리고 공모가액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상장 이후에도 한 몫 챙기려는 투기세력 때문에 기업가치 이상으로 오르는 이상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대기자금의 ‘블랙홀’로 작용하는 문제도 있다. IPO에 급격히 쏠린 자금 규모만큼 타 종목 내지 섹터에 투자할 수 있는 개미들의 총알이 고갈되는 셈이다.

이밖에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개인 투자 기회 확대와 관련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흥행된 공모는 영향이 없으나 관심도가 낮은 IPO는 개인 배정 물량을 확대해 놓고 청약이 안 되면 이를 주관사인 증권사가 전부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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