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2주면 추석 다 지나”…독감백신 접종중단 ‘트윈데믹’ 공포
뉴스종합| 2020-09-23 11:46

“마트만도 못한 관리 시스템이다. 만원짜리 생선 한 마리를 택배로 주문해도 얼음팩 넣어 배달된다. 상온에 노출된 백신은 ‘이상 없다’ 해도 찝찝하다.”

정부가 초유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통 사고로 무료 접종 일정을 일시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의 동시 유행을 뜻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의 관리 소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 1900만명가량으로, 전체 인구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13∼18세 대상 접종 물량에서 유통 과정상 문제가 발견되면서 해당 백신의 정상적 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물량은 최대 500만도즈(1회 접종량)에 달한다.

특히 백신 대량 폐기 시 안전검사에 2주, 백신 효과가 접종 2주 뒤부터 나타나는 점과 독감 유행 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오는 11월 이전에 접종을 마쳐야 해 시간도 촉박하다. 오는 10월 중 접종이 가능하더라도 정부와 전문가들이 누차 경고하고 있는 추석 연휴를 지난 시점이라 트윈데믹이 현실로 다가올 우려도 있다.

더욱이 방역당국은 “당장 생산에 들어가더라도 내년 2∼3월께 공급이 가능하고, 수입의 경우에도 대부분 5∼6개월 전에 계약하기 때문에 추가 물량 확보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장모(40)씨는 “백신 접종을 한두 해 한 것도 아니고, 트윈데믹 이야기가 나오는 중요한 상황에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질병관리청이)청으로 승격되고 처음 시행하는 정책으로 알고 있어 더 아쉽다. 특히 2주 후라면 추석 연휴 후 코로나19가 번질 수 있는 시점”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송모(36)씨는 “직접이 아니라 하청을 줬더라도 유통 관리를 제대로 못한 정부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백신 이동하다 잘못됐단 얘기는 처음 들어 본다. 샘플 조사만으로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는지도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상온 노출 또는 적정 온도를 벗어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이에 따라 폐기 물량이 얼마나 될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현재 큰 냉장차에서 작은 냉장차로 옮기며 상온에 노출된 시간은 물론, 트럭 등에서 콜드체인 자체가 지속적으로 적정 온도인 2~8도를 유지했는 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전부터 홍역, 볼거리, 수두 등 생백신의 콜드체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심증은 있었다. 결국 사태가 터졌는데, 자체 조사라기보다는 공익제보자에 의해 수면위로 나온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고도의 의약품이자 공공재인 백신에도 저가 입찰 측면에서만 접근한 측면이 있다. 콜드체인 유지뿐 아니라 코로나19를 포함, 백신산업 자체를 키우기 위해서도 정부가 제대로 투자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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