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PB칼럼] 3040 돈을 자산으로 바꿔야하는 이유
뉴스종합| 2020-09-27 06:01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부장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고공행진하던 테슬라 주가는 배터리데이에서 보여준 일론 머스크의 멋진 프리젠테이션에도 하락폭을 키웠고,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하던 미국 대형 기술주 변동성은 한국 증시로도 확산됐다. 저금리를 견디지 못하거나 부동산 시장의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해 주식시장에 뛰어든 3040에게는 지금 조정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들을 ‘동학개미’ 또는 ‘주린이’라고 쉽게 부르지만,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과거 첫 집을 구매할 때 50~60대들의 마음가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위 ‘찐’ 저금리 시대를 맞이하는 3040들이 돈을 ‘주식’으로 교환하는 이유는 가장 합리적인 자산관리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040세대는 어떤 세대보다도 낮은 금리를 경험하고 있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재화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듯, 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돈의 가격인 금리가 오른다. 반대의 경우 금리가 하락한다. 여기서 돈은 세상의 모든 것들의 가치를 저장 및 측정하고, 교환하는데 사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돈의 가격이 그 만큼 낮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국고채 10년 금리는 연 1.45% (9월 23일 기준)에 불과하다. 금리(돈)의 가격이 하락했다는 건 돈으로 가치가 측정되는 자산의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3040세대의 막연한 두려움은 여기서 시작된다. 아파트 가격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과거 부모 세대는 20%대 예금 금리를 경험해봤고, 특별한 투자기법 없이도 월급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현재는 어떤가. 부모 세대보다 대출금리는 훨씬 낮아졌고, 돈의 가치가 하락한 만큼 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까.

통화량 증가 속도보다 느린 임금 상승 속도도 30~40대의 주식시장 진입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2019년 한국의 명목임금 총계는 지난해 대비 3.4% 증가한 반면 동일 기간 동안 한국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통화량(M2 기준)은 전년대비 7.9% 늘었다. 사실 한국은행이 지금껏 M2(광의통화), 시중 유동성의 절대량을 줄인 적은 거의 없다. 한국은행은 과거에도 유동성의 공급 속도를 증가 또는 감소시키며 경기의 강약을 조절했을 뿐이었다.

한편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는데 노동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이로 인해 임금노동자들이 가져가는 성장의 과실도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 노동의 대가를 돈으로 받는 급여소득자들에게는 임금상승률보다 통화량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건 매우 불편한 사실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명목임금 상승률은 통화량이 증가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2020년 1~6월 월평균 임금이 지난해 대비 0.6% 증가한 반면 M2는 전년대비 10.1% (7월말 기준)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상반기 3040세대가 ‘돈’을 주식이라는 ‘자산’으로 빨리 전환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돈의 기회비용, 즉 금리가 낮아 질수록 돈은 더 위험하고 성장성이 높은 자산을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은행 예금 금리가 낮아 채권시장에 갔더니 신용등급이 좋은 회사채 금리도 2%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더 위험하지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찾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주식은 포트폴리오의 수익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3040세대가 기억해야 하는 건 ‘자산관리’가 장기전이라는 것이다.

이제 ‘투기’로 시작한 주식 투자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자산관리로 발전시키면 된다. 다음 달이나, 다음 해에 오를 자산을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 자산관리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오랫동안 저장하는 수단으로 투자자산을 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 (연기금, 보험사 등)이 자산을 운용하는 방법이다.

물론 개인 투자자가 기관과 동일한 방법과 수단을 활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들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단기 변동성 때문에 자산을 모두 돈으로 교환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자산을 배분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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