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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복지 사각’ 숨진 정신질환 모녀…엄마 거부로 딸 정부 지원 못받아
뉴스종합| 2020-10-01 09:01

경찰 로고.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경남 창원의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녀가 정부의 지원을 스스로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엄마인 A(52)씨의 반대로 딸 B(22)씨가 장애 검사도, 시설 퇴소후 사후 관리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돌연사한 후 딸은 굶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모가 거부할 경우 자식은 정부의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다.

1일 경찰과 담당 행정복지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2018년 4월 A씨는 경제 활동이 가능하니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 달라는 취지로, 센터에 지원금 수급 중단 의사를 밝혔다. 수급 대상자는 B씨로, 딸은 13살인 2011년 8월 사회복지시설에 입소하면서 기초생활수급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복지시설 입소 사유는 A씨의 학대였다. B씨는 약 7년간 복지시설에 입소했다.

지원금은 시설 급여 형태로 B씨를 보호한 복지시설에 전달됐다. 딸이 복지시설에 입소한 무렵 A씨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수년간 치료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B씨가 성인이 돼 복지시설에서 나오면서 A씨는 지원금 수급을 중단했다.

센터는 시설 급여를 중단하더라도 가정에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있는지를 알아봤으나 A씨는 이를 거절했다. 센터 측은 이들 모녀가 성인이고, 신체적인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였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B씨는 장애 판정도 받지 못했고 퇴소 후 5년간 받는 사례 관리도 받지 못했다. 모두 A씨의 반대 때문이다. B씨를 보호해 온 복지시설에 따르면 딸은 과거 장애등급 5∼6급으로 분류 가능한 경미한 지적장애(경계선 지능 장애)가 있었다. 이에 복지시설, 학교 등은 관련 기관의 돌봄을 받고 복지 혜택을 받도록 장애 검사를 권했으나 A씨의 반대로 무산됐다.

복지시설 퇴소자는 5년간 사례 관리를 받게 되지만 이마저도 A씨의 반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복지시설 관계자는 "A씨가 사례 관리를 완강히 반대해 해당 가정과 연락이 끊겼다"며 "복지시설 보호 아동이 원 가정으로 돌아갈 때 공식적인 심의 절차와 함께 사례 관리가 법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숨진 모녀는 지난달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원룸에서 발견됐다. 타살 혐의점이 없고, 유서 등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경찰은 자살 가능성도 적다고 판단했다. 다만 엄마가 돌연사한 뒤 딸이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에 부검을 맡긴 상태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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