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적의 적은 내편인데, ‘거짓말의 거짓말’은 진실,사랑인가
엔터테인먼트| 2020-10-04 14:31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거짓말이 난무하는 채널A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 투명한 연출·대본 임에도 좀 처럼 갈피를 잡기 어렵다.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의문스런 점을 천천히 풀지만, 이 드라마는 출연자 사이에 생긴 의문과 궁금증을 비교적 빨리 풀어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드라마의 본질적인 부분의 미스테리 정체가 뭔지는 확실치 않다.

폭력 남편은 과연 선량한 부인(지은수)에 의해 살해됐는지, 정당 방위였는지, 시어머니 재벌(이일화)은 왜 음성 조작을 시도했는지, 모자 간, 고부 간엔 대체 어떤 비밀이 있었는지, 왜 사랑한다던 아들의 혈육인 손녀딸을 죽이려고 하는지 등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다.

크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시청자의 애간장을 태우지 말고, 핵심적인 것에만 의혹의 시선을 몰아가려는 연출 전략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의 극본은 김지은 작가, 연출은 정권·김정욱 감독이 맡았다. 10회에서는 윤상규(이원종)의 사망 사고를 둘러싸고 커다란 의혹이 불거지며 인물들 간 갈등이 극에 다다랐다.

거짓말의 거짓말 주인공인 지은수(이유리 분)

특히 지은수(이유리)가 억울한 살인자로 전락한 그 곳, 전남편의 사망 현장을 둘러싸고 새로운 미스테리가 있는 것 처럼 비춰졌다. 단순한 정당방위 이상의 흑막이 더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앞서 지은수가 강우주(고나희)의 친모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 강지민(연정훈)은 배신감과 분노로 이별을 고했다. 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은수가 거짓말로 자신에게 접근해 친딸을 차지하려 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지은수는 강지민에게 ‘만남의 모든 과정이 거짓은 아니었다’고 말하지만, 현직 기자인 지민의 마음은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10회 후반부에선 사건을 파헤치던 지민이 은수에게 어쩔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연민의 마음으로 은수와의 거리를 좁힐 것 같은 분위기로 흐른다.

적의 적은 내편이라 할 수 있는데, 거짓말의 거짓말은 진실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딸과 함께 하기 위해 거짓스런 태도로 접근했지만, 딸만을 위해 접근했다는 것도 거짓말 일 수가 있다. 즉 은수의 접근에는 강지민 기자를 향한 진실된 사랑도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윤상규가 강지민에게 제보할 게 있다고 말한 것을 알게 된 지은수는 확신에 차 곧바로 김호란(이일화)에게로 향했다. 지은수는 분노와 슬픔을 억누른 채 결정적 단서를 캐내려 했지만, 김호란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지금이라도 내 손녀딸 내놓는 건 어때?”라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

강지민 기자는 10년 전 남편 살해범으로 구속돼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던 사람이 다름 아닌 지은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을 연결하고 있던 복잡한 인연의 실마리가 풀려가지만 마지막까지 감춰야 할 것을 섣불리 눈치채지 않게 하려는 연출진들의 전략 속에 극의 긴장감은 고조되는 상황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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