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절반의 성공’ 론스타 수사…재수사로 반전?
뉴스종합| 2020-10-06 13:36

2008년 2월 1일, 대검 중수부 론스타 수사팀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도장을 가져오라’는 통지를 받는다. 이날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 심리로 유회원 론스타 대표에 대한 주가조작사건 선고공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수사팀은 유 대표의 법정구속을 직감한다. 당시 론스타와 외환은행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충정 등 13명의 변호사를 내세웠다. 공판에는 검사 2명이 주로 투입됐다. 유회원 론스타 대표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다. ‘먹튀’ 논란이 이어졌던 론스타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론스타가 ISDS를 46억9000만 달러(약 5조 3464억원)의 천문학적 배상금을 요구하게 된 근거는 17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1조3834억원에 지분 51%를 인수했다. 당시 외환은행의 수십조원대 부채를 감안하더라도 외국계 사모펀드에 헐값에 팔아넘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론스타는 2006년 1월부터 매각에 나섰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협상에 나섰지만, 외환은행 부실매각에 따른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 승인이 나지 않았다. HSBC는 이 과정에서 매매대금을 2조원 감액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이 계약은 2008년 9월 무산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한 것은 실무책임자였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외환은행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2010년 10월 이후다. 무죄 확정판결 직후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가격은 3조9157억원이었다.

여기서 론스타는 손해를 주장한다. 검찰 수사 때문에 2008년 HSBC와의 거래가 무산됐고, 당시 매각 예정가인 5조9376억원을 감안하면 4년 뒤 하나금융지주에 판매한 가격은 턱없이 낮기 때문에 손실을 본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재판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입장이다. 은행법상 금융자본만이 시중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데, 론스타는 골프장 사업 등으로 수익을 내던 산업자본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자기자본비율이 8% 이하인 부실 금융기관의 경우 산업자본이 인수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었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매각 당시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8%를 넘어선 것으로 발표됐다.

검찰의 론스타 수사는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였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로비를 펼쳤고,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국장은 무죄를 확정받았다. 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는 반전을 거듭했다. 유회원 대표는 1심 징역 5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고, 최종적으로 2012년 2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된다.

당시 대검 중수부에서 론스타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 일부는 퇴직했지만, 현직에도 여럿 남아 있다. 이강원 행장과 변양호 국장에 대한 배임, 유회원 대표의 주가조작 사건 양쪽을 수사한 검사가 현 윤석열 검찰총장, 이두봉 검사장, 조상준 검사장, 이복현 부장검사다. 대검 반부패부장을 지낸 한동훈 검사장은 후자에만 참여했다. 주가조작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은 현 이두봉 대전지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 사건은 지난해 말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을 하면서 불씨를 남겼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사1부(부장 전준철)는 투기자본감시센터 오영대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단체는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등 금융당국자들을 외환은행 헐값매각 책임을 물어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헐값매각 사건과 관련해 주요 관련자들이 무죄를 선고받았고, 오래 전 사건인 만큼 공소시효 문제를 극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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