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과잉대응·위헌 논란에도…경찰, 한글날 집회 ‘차벽 봉쇄’ 강행
뉴스종합| 2020-10-08 11:33

경찰이 지난 3일 개천절 집회를 사실상 원천 봉쇄했음에도 지난 7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엿새 만에 다시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에 오는 9일 한글날 도심 집회를 두고 여전히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있어 ‘차벽’ 등을 동원해 총 대응에 나설 경찰의 입장과 ‘드라이브스루’ 집회까지 막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는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등 도심권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집회·차량 시위가 예상됨에 따라, 차량 정체와 도심권 교통 혼잡 방지를 위해 현장 상황에 따라 해당 구간을 통과하는 노선버스와 일반 차량의 교통 통제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한글날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건수는 모두 1178건으로, 경찰은 10인 이상 참여하는 집회 67건과 서울 도심 집회금지구역 집회 69건에 대해 모두 금지 통고를 내렸다.

앞서 경찰은 지난 개천절 집회 때도 경력 1만1000여 명과 경찰 버스를 동원해 광화문 광장을 사실상 봉쇄하고,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하는 등 검문을 강화해 광장 출입을 막는 등 집회·시위를 원천 차단 조치했다.

경찰은 이번 한글날 집회 역시 차벽과 경찰력 등을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글날에도)개천절 때와 유사한 수준의 경찰병력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평상시 상황이 아닌 코로나19 심각 단계에서 일단 사람이 모이고 난 이후에 해산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감염 위험이 생긴 이후의 사후적인 조치기 때문에 사실상 차벽 외에 다른 적정하고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장소에 많은 사람이 운집하면 참가자들 사이에서 감염이 우려가 되고, 또 참가자들을 제지·차단·해산하는 과정에 경찰과 접촉하게 되면 감염 우려가 상당히 커지고, 그 우려가 지난 8월 15일 622명이란 숫자(누적 확진자)로 실증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차벽 설치는)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전문가들은 엿새 만에 세 자릿수로 증가한 신규 확진자 수는 개천절 집회 탓이 아닌 지난 추석 연휴 대이동의 영향이 크다며, 방역 수칙을 잘 지킨 집회·시위는 감염 확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정읍 등 귀성객들이 방문한 곳곳에서 집단 발생이 있고, 수도권도 학교나 병원 등 귀향을 안 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모였다”며 “연휴 때 사람들이 모여 무증상이나 조용한 전파가 이뤄진 게 평균 잠복기 5일을 지나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2m씩 떨어져서 마스크를 다 쓰고 손 소독 다 하고 방역하며 이뤄지는 집회는 홍대나 건대 앞에서 저녁에 20~30명씩 한 식당에 바글바글 모이는 것보단 100배, 1000배 안전하다”며 “개천절 집회 때 경찰의 대응은 모임을 줄였단 면에선 의미는 있다.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모임을 하지 않아야 하는 건 맞는 말이지만, 자동차를 9대로 제한하는 것 등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던 8·15집회참가자국민비상대책위원회(8·15비대위)는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 9일 집회 금지 통고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8·15비대위 측은 집행정지 신청 소장을 통해 “밀폐된 실내보다 훨씬 안전한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1m 거리두기, 체온 측정 등 조화롭게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나게 전면 침해하는 것은 헌법이 금하는 집회에 대한 허가를 넘어서는 과잉한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자 경찰 내부에선 완화된 차벽 설치 기조도 감지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차벽을 완화하는 기조는 맞지만 100%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집회 참여 단체의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난 개천절보다는 좀 더 시민 불편 최소화 차원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2011년 헌법재판소의 차벽 위헌 판단과 관련해 “(위헌 논란 때문은)아니다. 시민 불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불편 최소화 차원에서 시민 통행로같은 걸 확보를 하고 일부 통제되는 구간에 대해선 셔틀버스도 운행을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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