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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임원 3년치 인사 평가 ‘완료’…유통업계 ‘물갈이’ 빨라진다
뉴스종합| 2020-10-12 09:46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유통업계의 12월 정기 인사 공식이 깨지고 있다. 매년 동일한 시기에 임원을 교체하고 후년도 계획을 수립해온 유통업체들이 이례적으로 인사 시점을 앞당기거나 비정기 인사를 단행하는 등 고강도 쇄신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통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기민한 대응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다.

롯데그룹의 올해 정기 인사는 기존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12월에 정기 인사를 실시하는 관행을 지켜왔지만 이런 기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롯데는 전 계열사 임원 600여명의 최근 3년치 인사 평가를 지난달 접수해 마무리했다. 10월 말에 진행되던 작업을 20여일 가량 앞당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인사 작업을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인사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롯데그룹은 앞서 예정에 없던 ‘8월 인사’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롯데그룹 ‘2인자’ 역할을 했던 황각규 전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물러나고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전 사장이 후임으로 임명됐다. 창사 이래 첫 비정기 경영진 인사일 뿐 아니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황 전 부회장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한 파격 인사였다. 작년 말 정기 인사에서는 전체 임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80여명을 물갈이했다.

롯데그룹이 연이어 깜짝 인사를 실시한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다는 방증이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작년 2분기 915억원에 이르던 영업이익은 올해 98.5% 급감한 1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과 소비 침체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롯데쇼핑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 역할을 하는 롯데케미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90.5% 줄었다.

신세계그룹의 인사 시계도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9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최대 주주로 부상했다. 이번 증여로 분리 경영이 가속화되면서 코로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마트 정기 인사는 이르면 10월로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는 지난해 예정보다 한 달 빠른 10월 인사를 실시했다.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 기록, 주가 급락과 신용등급 하락 등 악재가 겹치자 정용진 부회장은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마트 26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강희석 글로벌 컨설팅업체 전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를 최고경영자(CEO)로 앉혔다. 이와 함께 미등기 임원 40명 중 11명을 교체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유통업계 정기 인사는 코로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인력과 조직을 재배치해야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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