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팀장시각] 공인과 언론보도
뉴스종합| 2020-10-13 11:32

정치권 스캔들 뒤에 붙는 ‘게이트’의 원조는 미 닉슨 대통령 시절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1972년 워싱턴포스트가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닉슨은 이 보도를 가짜뉴스 정도로 취급했고, 언론은 후속 보도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닉슨은 무난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닉슨이 정치적 위기를 맞은 결정적 계기는 워터게이트 수사를 축소·은폐하려고 시도하면서부터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바꾸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했지만, 엘리엇 리처드슨 장관은 이를 거부하고 사임한다. 권한 대행자였던 월리엄 러클하우스 법무차관 역시 이 명령을 따르지 않고 사표를 낸다. 법무부 송무차관을 통해 기어이 특검을 교체하는 데 성공하지만 ‘토요일 밤의 학살’로 불리는 이 과정을 놓고 여론이 악화됐고, 수사 과정에서 닉슨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밝혀지며 결국은 탄핵위기에 몰려 사임했다.

흥미로운 것은 초유의 미 대통령 사임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었고, 닉슨 본인은 죽을 때까지 사건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닉슨은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수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언론사가 닉슨의 지시 여부를 밝혀내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최근 언론보도 내용을 문제삼아 기자 개인을 고소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언론은 악의적 보도 혹은 취재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부당한 손해를 입혔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공적 인물, 특히 정치인은 이 권리를 행사하는 데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공인에 대한 의혹보도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언론은 검찰처럼 강제수사권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공적 인물이 정보를 쥐고, 정당한 의혹제기를 허위보도로 만드는 일도 적지 않다. 요즘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거론하며 수사단계 보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형사절차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지, 언론 보도를 틀어막는 도구가 될 수 없다. 언론은 죄가 되지 않는 의혹도 보도할 수 있다.

물론 공인이라고 해서 부당하고 악의적인 보도까지 감내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보도를 봉쇄하는 효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최근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와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교수 시절인 2012년 9월 ‘서울대학교 법학’에 논문을 게재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적 인물인 경우에는 법적 제재를 가동하는 것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적 인물은 항상적인 비판과 검증의 대상인데, 보통의 시민이 그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민이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을 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허위사실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그 시민에게 법적 제재가 내려진다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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