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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접종중단 상황 아냐” vs 일각 “중단해야”…국민만 혼란
뉴스종합| 2020-10-22 11:38
22일 서울의 한 병원 독감 예방접종 창구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연일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독감 백신을 맞아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독감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 아니라는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과 사망간의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만큼 예방접종을 중단하는 것보다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보건당국은 백신 생산부터 유통·분배·접종 전 과정을 점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백신 전 과정을 재점검해 불안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가 일주일새 17명이나 나오자 일각에선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사망자가 계속 나올 경우 보건당국이 또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17명 사망…질병청 “원인 조사 중, 예방접종 사업은 계속 진행”=질병관리청이 22일 오전까지 파악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총 17명이다. 지난 16일 인천의 17세 고등학생이 사망한 이후 20일 고창, 대전, 목포에 이어 21일 제주, 대구, 광명, 고양, 안동 등에서도 추가로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대전, 경북 성주, 창원, 전남 순천, 전북에서 70대와 80대 사망자가 추가되면서 이날 오전까지 1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향후에도 사망자는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정 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사망자와 백신의 인과관계는 사망원인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전체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어서 접종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사망자 대부분 고령자…절반 정도는 기저질환 앓아=지금까지 사망한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자다. 지난 16일 처음 인천에서 사망한 고등학생을 제외하고 사망자는 모두 50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고창(77세), 대전(82세, 79세), 대구(78세), 제주(68세), 서울(53세), 경기(89세) 등이다. 이날 오전에 추가된 사망자 3명 역시 모두 70대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이들 중 6명이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고령자들이 흔히 앓고 있는 고혈압, 당뇨 등이다. 반면 이날 대전에서 사망한 70대 여성처럼 평소 지병이 있지 않았고 건강한 사람도 있어 불안감이 더 증폭되는 모습이다.

보건당국이 아직까지 사망자들과 백신간의 상관 관계가 적다고 보는 이유는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 제품과 제조번호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백신은 안전, 접종 계속해야” vs “인과 관계 밝혀질 때까지 중단해야”=이처럼 연일 독감 백신 접종자 중 사망자가 잇따르자 백신 접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김모 씨(70대)는 “코로나 상황에 독감이 유행할 수 있어 올해는 꼭 독감 백신을 접종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사망자가 계속 나오니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백신을 맞으라 하는데 사망자가 대부분 나와 같은 고령자이다보니 불안한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우선 독감 백신은 오랜 기간을 거쳐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이기에 일부 사망 사례로 인해 백신 접종을 미룰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에도 고령자들에게서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 왔다”며 “아직 이들의 사망 원인이 정확히 백신 때문이란 것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을 일부러 맞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특히 고령자, 영유아, 임산부 등 독감 고위험군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백신은 몸 상태가 좋은 날 맞아야 하고 접종한 후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잘 살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은 이미 수십 년 동안 맞아 온 주사이기 때문에 이번 사례로 과도하게 공포심을 갖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이 10명 이상 된 상황에서 우선은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의 한 내과 개원의는 “독감 백신 사망자가 나오면서 며칠새 백신 접종자 수가 눈에 띄게 확 줄었다”며 “어디 백신을 사용하는지, 지금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문의하는 전화만 많다”고 말했다. 이어서 “가뜩이나 상온 노출 사건으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망자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안심하고 예방접종을 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이럴바엔 차라리 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인과 관계가 확실히 밝혀진 뒤에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고 덧붙였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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