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택배기사 ‘죽음의 행렬’ 멈추려면…“인력 늘리고 주 5일제 도입해야”
뉴스종합| 2020-10-23 09:10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올해들어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택배기사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정부와 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물건을 배송중인 택배노동자 [헤럴드DB]

전문가들은 택배 분류작업 인력 충원과 주 5일제 도입 등을 통해 택배기사의 근무 시간을 줄이고 수수료 인상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23일 박종식 창원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택배산업 초기만 해도 택배사는 택배기사를 근로자로 채용했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대거 특고로 전환했다. 기업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고용 유연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현재 5만명 규모인 국내 택배기사의 대다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다. 특고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을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제한이 없다. 2004년 주 5일제가 도입됐지만, 택배기사에는 남의 일이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지금도 택배기사는 대부분 주 6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근무 시간이 길어져도 과로를 막을 장치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택배사가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것도 장시간 노동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고용 형태를 바꾸는게 쉽지는 않다. 택배기사들이 직접 고용을 원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택배기사 중에도 고정적인 임금보다는 배송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택배 분류작업 등 택배기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이 본연의 업무가 아닌 '공짜 노동'이라고 주장하지만, 택배사는 택배기사의 업무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택배기사 인력을 충원해 주 5일제 근무를 실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택배기사와 택배사의 표준계약서에 근무시간 제한을 명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에 근무시간 제한을 도입할 경우 좀 더 실효성 있는 장치가 될 전망이다.

또 국내 택배수수료가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수수료 인상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 택배산업은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몇몇 대형 택배사의 과잉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박종식 연구원은 "우리나라 택배 배송 단가는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하면 낮다"며 "택배기사의 근무 시간을 제한하려면 단가 인상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택배 영업소별 건강 관리자 지정, 택배기사 정기 건강검진, 영업소 응급·방역 물품 구비 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dewkim@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