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정부와 소통 정례화…환자 ‘신약’ 신속접근 도울 것”
뉴스종합| 2020-10-28 11:07

“소통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소속된 기관이 달라서 서로의 시각이 다르게 느껴질 뿐이지 결국 환자에게 신약을 신속하게 공급하자는 목표는 동일합니다”

이영신(사진)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부회장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KRPIA는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정부와의 약가협상이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때문에 부회장 자리는 그동안 관(官) 출신 인사의 개인기에 의존한 측면이 많았다. 이에 비해 이 부회장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KRPIA 부회장으로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될지에 대해 들어봤다.

-KRPIA 부회장으로 근무하기 전 미국약물정보학회(DIA)에서 대표로 활동했다. 당시 이력이 현재 대관 업무에 어떠한 영향을 주나.

▶KRPIA 부회장직에 부합하는 사람일지 오기 전 생각이 많았다. 특히 KRPIA는 대관 업무 즉, 소통이 중요한 곳이므로 고민을 많이 했다. 미국약물정보학회(DIA)에서 근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DIA에서는 신약 개발과 관련된 전문가들, 예를 들어 한국의 식약처, FDA, EMA, WHO, 산업계, 환자단체, 학계 등을 한자리에 모아 예민한 문제들을 토론한다. 그 자리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면 DIA가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했다. 산업체 입장이 아닌 중립적인 입장에서 규제 당국의 어려움과 산업체의 어려움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문제를 풀어내는 역할을 했다.

-한국 식약처 등 규제당국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소통하기 어려웠다면 식약처 담당자들과 일하는 것이 재밌었다고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규제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에는 사회·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고 본다. 한국은 기본적인 책임 이외에도 사회적 책임 등 공공기관인 규제당국이 감수해야 할 책임감이 더 많다. 이렇게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다 보면 유연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유연하기가 어렵다. 과학이나 기술 기반의 리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사회적 책임이 터져 나올 문제들에 대해서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와의 소통을 위해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당국과 정례적인 만남을 갖는 것이다. 주제가 없어도 만남을 갖고 자연스럽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를 할 때 담당자가 바뀌게 되면 산업계뿐만 아니라 규제 당국도 힘들 수밖에 없다. 가장 빠르게 소통을 정례화한 기관이 식약처다. 식약처는 ‘팜 투게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활성화되어 상호간 믿음이 형성되었다. 심평원과 공단의 경우 소통의 기회가 그 동안은 없었지만 심평원은 시작 단계이고 공단과도 조율 단계에 있다.

-KRPIA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한다면 글로벌 신약이 들어와 적정한 가치 평가를 받는 것일텐데.

▶약가는 KRPIA 뿐만 아니라 복지부, 공단, 심평원, 환자들에게도 중요한 주제다. 차이가 있다면 협회는 글로벌 시각에서 한국을 바라보지만,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한국의 위치에서 한국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립적인 데이터를 통해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하면 전세계로 판매하는데 한국 약가를 참조해서 낮은 약가가 매겨지게 된다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고민할 수 있다. 환자들을 위한 협회의 역할은 신약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국의 약가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낮은 약가는 코리아 패싱의 가능성을 높인다. 신약이 100개가 개발되면 신약 등재율이 미국은 80%가 넘으며, 유럽은 50~60%다. 하지만 한국은 38%에 그친다. 신약을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 약가만을 고려하면 안된다. 신약을 통해 환자의 질병이 치료되면 그만큼 사회적인 비용도 절감되기 때문이다. 약가에 대한 가치와 혁신적인 신약 도입을 이제는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한다.

-해외에서 벤치마킹하고 싶은 제도나 시스템이 있는지?

▶제도 및 정책 등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은 많다. 그러나 단순히 벤치마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컬라이즈(localize, 한국화) 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혁신적이되 지속가능해야 성장이 가능하다. 어떠한 시스템이 국내 실정에 적합한지를 파악하고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 어떻게 변형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손인규 기자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