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BTS 간택 받은 완주, 대둔산·불명산·천호산 비경도 드러냈다
라이프| 2020-11-04 16:29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방탄소년단(BTS) 순례지로 유명한 전북 완주의 여행랜드마크는 단연 대둔산이다. 신라 원효대사는 대둔산을 가리켜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격찬했다고 전해진다.

완주 대둔산
완주 대둔산

해발 878m 우뚝 솟은 최고봉 마천대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바위 봉우리들의 자태가 수려하다. 우뚝 솟은 봉우리마다 독특한 형상이 담긴 대둔산은 잘 다듬어진 조각품에 분재의 군락을 보는 것 같다. 인간의 분재와 수석이 이렇듯 신비스러울수 없다. 신이 빚어낸 걸작이다.

방탄소년단은 ‘서머패키지’로 휴가겸 촬영을 위해 완주 비비낙안과 비비정, 아원고택, 창포마을 돌다리, 오성제 호수 둑방길을 다녀왔는데, 만약 대둔산까지 갔더라면, 중국 태항산, 캐나다 퀘벡의 몽트랑블랑 부럽지 않은 세계적 명성을 얻었을 것이다.

BTS가 들렀던 비비낙안 앞 만경강 옛 철로와 강변 억새밭
완주 만경강변 비비정 석양

완주군 운주면의 대둔산은 한듬산을 한자로 만든 이름으로 한은 크다는 뜻이며 듬은 두메, 더미 덩이의 뜻을 일러 큰두메산, 큰덩이의 산을 뜻한다. 곳곳에 드러난 화강암 암반이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고, 빼곡한 숲이 첩첩으로 쌓여 있어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온 곳이다.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은 조심스럽지만 눈앞에 펼쳐진 장가계 같은 수직바위 절경에 두려움도 잊는다.

“절경이라 두려움 잊어준다” 대둔산의 수직계단

정상 부근에 있는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놓쳐서는 안 되는 명소.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나오고 여기서 삼선줄다리를 타면 왕관바위로 간다.

봉우리마다 한 폭의 산수화로 그 장관을 뽐내는 대둔산은 낙조대와 태고사 그리고 금강폭포, 동심바위, 금강계곡, 삼선약수터, 옥계동 계곡 등 신의 조화로 이룬 만물상을 보는 듯 황홀하기만 하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케이블카(길이 927m)를 타면 7부 능선까지 올라 손쉽게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천등산 하늘벽, 신선암벽, 옥계동 양지바위에서는 대둔산 관리사무소를 통한 사전 신청을 통해 암벽등반도 가능하다.

완주의 거리두기 청정생태 여행지로 연탄 시인 안도현이 그토록 사랑했던 화암사와 숲속에 감춰진 보석같은 예술건축물 성당과 호수 산책길이 어우러진 천호성지를 빼놓을 수 없다.

완주 불명산 화암사 가는길
화암사 가는길.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안도현 시인의 읊조림 대로다.

경천면 불명산 자락에 있는 화암사 가는 길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아도 자그마한 협곡, 단풍 등 소소한 아름다움들이 1.5㎞ 내내 동행한다.

‘인간세(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 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시인 안도현은 ‘화암사, 내 사랑’이라는 시에서 이 산행길을 애인 찾아가는 심정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화암사는 국보 제316호로 지정된 극락전이 유명하다. 화암사 극락전은 길게 앞으로 튀어나온 처마를 지탱하기 위해 하앙이라는 부재를 받쳐 놓은 독특한 건축양식을 갖고 있다. 처마를 길게 한 것은 눈, 비, 바람에 더 많은 사람과 동물이 피난 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 하다. 극락전은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이나 1605년(선조 38년)에 다시 지었다.

우화루 창틀로 본 바깥 풍경

우화루는 절의 대문을 누각으로 만든 것인데, 작은 창 세 개를 내어 창틀에 비친 바깥 풍경의 미학을 극대화했다. 우화루와 극락전이 남북으로, 불명당과 적묵당이 동서로 마주 바라보고 서 있는 입구(口)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락전 왼쪽에는 입을 놀리는 것을 삼가라는 철영제가 잠시 몸가짐을 바로 잡게 한다. 절 앞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바람이 일때 마다 꽃가루처럼 뿌려준다.

비봉면의 천호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를 전후해 완주 주변 교우들이 신앙을 지키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기위해 ‘하늘이 빚어낸 항아리’라는 뜻의 천호산(天壺山)에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것이 모태가 됐다.

30만평 천호성지는 아름다운 종교건축물, 실로암호수, 청정생태, 성인의 가르침 등 전방위 힐링 포인트를 가진 여행지이다.
교회 내부 예술적 감각의 디자인

성 정문호 바르톨로메오, 성 손전지 베드로, 성 이명서 베드로, 성 한재권 요셉 등 순교자 묘역이 있다. ‘하늘의 부름’이라는 뜻으로 한자로 조금 바꾼 천호(天呼)성지는 순교자들의 때문에 마음 정갈해지기도 하지만, 30만평에 달하는 청정 실로암 연못, 편백, 소나무 등 수목과 예수의 말씀이 새겨진 석돌이 호위하는 산책길, 거대한 예술작품 같은 성당이 감정을 정화하고 힐링을 가져다 준다. 완주에는 국내 최초의 한옥성당인 되재성당도 있다.

완주에 와서 BTS 순례길을 빼놓을 수 없다. 소양면 오성한옥마을의 아원고택에선 방탄소년단의 서머패키지 휴식 프로그램 뿐 만 아니라, 이날치·앰비규어스의 한국관광 영상과, BTS의 또다른 빌보드 싱글 1위곡 새비지 러브의 빅엔터테인먼트 공식 뮤비도 찍었다.

산속등대 미술관

오성한옥마을은 주변에 종남산, 서방산, 위봉산 등 울창한 산림과 맑은 계곡, 호수가 있는 자연생태경관이 수려한 마을이다. 높고 낮은 지형의 형태에 맞춰 지어진 전통한옥들과 토석담장, 골목길 등이 고즈넉한 옛 정취와 정겨움을 더해준다.

전통방식의 시골밥상과 부꾸미 등 먹거리와 마을안길 걷기 및 생태 숲 체험을 즐길 수 있고, 한옥스테이와 오스갤러리, 아원고택 등 느긋하게 머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가족나들이로도 매우 인기다.

오성한옥마을은 지난 2012년 한옥 관광지원화지구로 지정된 뒤 50가구 중 23채가 한옥과 고택으로 이뤄져 있어 드라마나 광고촬영 배경으로 사용되면서 유명세를 타 고 있다.

아원고택의 방탄소년단(BTS)

인근 오성제 둑방길 BTS 소나무 촬영지 근처엔 산속등대미술관이 완주 산속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 자연 속에서 전시 교육 체험 공연 등 문화향유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곳이다. 40여 년간 방치되어 온 종이공장의 외관은 보존하고, 내부를 리모델링해 2019년 재탄생된 도시재생 공간이다. 제1,2미술관, 체험관(어뮤즈월드), 아트플렛폼, 야외공연장, 모두의 테이블, 등대, 수생생태정원, 슨슨카페 등을 갖췄다. 한국의 테이트모던을 꿈꾸는 스태프들의 열정이 역동적이다.

완주가 방탄소년단, 이날치, 앰비규어스의 간택을 받더니 그동암 꽁꽁 숨겨두었던 비경과 뉴노멀 생태여행지, 문화예술 보석들을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지구촌 아미들이 지금 태평양 인도양을 헤엄쳐 오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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