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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상임위, 위원들 이견으로 ‘낙태죄 존치’ 의견표명 무산
뉴스종합| 2020-11-06 14:50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상임위원회를 열고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 전까지는 중절을 허용하는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채택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인권위는 6일 열린 제37차 상임위에서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에 보낼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상임위원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한 데다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인권위원 11명이 전부 참석하는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인권위 사무처는 이날 상임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정부 개정안은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존치시켜 여전히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 등 기본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정부 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보고서를 놓고 상임위원들은 각자 다른 의견을 내놨다. 정문자 상임위원은 "형법 개정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두고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데 이건 헌재 결정 위반"이라며 "낙태죄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태아 생명과 관련된 문제는 모자보건법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상철 상임위원은 "(낙태죄는)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태아 생명권과도 결부돼 있기 때문"이라며 "아무런 제한 없이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자는 안은 너무 성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은 "이 법(정부 안)은 사실상 낙태를 허용하는 법이다. 14주까지면 상당한 기간이고 그때까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24주가 지나면 일정한 조건을 붙이지만, 그 조건도 산모가 낙태를 원한다고 하면 사실상 해 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찬운 상임위원도 사무처 보고서에 반대했으나 구체적 입장을 내지는 않은 채 "인권위가 신중하고 깊이 있는 토론을 한 뒤 정부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비롯, 입법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박 위원은 "낙태가 허용되는 쪽으로 가는 게 현실이지만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무제한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찾기 힘들다"며 "낙태를 비범죄화하는 경우 보완 대책으로 절차적 요건을 강화하는 게 많은 나라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헌재가 제시한 입법 시한 안에 인권위가 입장을 정하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분명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며 "12월 안에 논의를 마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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