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일상속 ‘교량·터널·철도’ 튼튼할까?…‘측정표준’은 바로 압니다
뉴스종합| 2020-11-11 11:12
안전측정연구소 연구팀이 나노소재의 광촉매활성을 측정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권일범 박사가 교량 구조물 하중 측정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2014년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까지. 대형구조물 사고는 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피해를 유발한다.

고층빌딩, 교량 등 모든 구조물에서 노후화가 진행돼 균열과 파손이 발생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들어서도 잇따라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일상 속 안전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측정표준’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안전측정연구소를 신설해 측정기술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안전측정연구소는 대형구조물 등 기간시설, 나노, 바이오, 의료, 수소에너지, 온실가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측정표준 기술을 개발한다. 그동안 구체적인 측정표준이 없던 곳에 기준을 마련해 안전 확보에 기여할 전망이다.

▶교량·댐·터널·철도 안전성 모니터링 확보=표준연은 교량·고층빌딩과 같은 대형구조물 안전 모니터링 기술을 확보해 국민 안전 분야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안전측정연구소 권일범 박사팀은 최근 구조물의 안전성을 신속·정확하게 측정해 대형 사고를 방지하는 스마트 광섬유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교량, 댐, 터널, 고층 빌딩 등 하중 관리가 필요한 곳에 부착 및 측정하면 시설물의 하중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는 불안정한 구조물들을 지속적으로 점검·관리할 수 있는 안전체계가 갖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구조물에 과다하게 가해지는 하중은 안전성 저하의 주범으로 손꼽혀 왔다. 하중이 특정 지점으로 몰리게 되면, 구조 내부에서 하중에 대항해 생기는 응력과 변형이 커지게 된다. 이는 구조물에 계속 무리를 주어 노후화를 가속한다. 과적 화물차의 통행량이 많은 교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권일범 박사는 “광섬유 센서는 크가가 작고 유연한데다 내부식성도 뛰어나다”면서 “외부 전자기파로 인한 잡음 발생도 없어 구조물 안전성 모니터링에 최적의 효용성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했다.

광섬유 센서는 구조물에서 변형이 집중되는 위치를 찾아 하중 레벨을 측정한다. 스마트 광섬유 센서는 위상변조 시간차 선택방식을 도입해 최소한의 감지 광섬유만으로 1㎞ 범위에서 5㎝의 정밀도로 정확한 하중 지점을 찾는다.

뿐만 아니라 중화학 및 중공업 분야에서 설비의 현재 운용 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센서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저장용 압력 탱크, 파이프라인과 같이 산업 설비에 대한 변형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권 박사는 “스마트 광섬유 센서는 교량, 댐, 터널, 전기 및 가스 등의 사회 인프라부터 화학 및 원자력 플랜트, 철도, 항공기, 우주 발사체까지 다양한 구조물의 안전성 모니터링을 위한 측정기술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사람이 통증 부위를 스스로 감지해 느끼는 것처럼 대형구조물도 이 기술을 적용하면 하중 지점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똑똑한 구조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 속 나노물질 유해성 정확하게 잡아낸다=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입자의 경우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표준이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표준연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공동으로 제안해 나노안전 측정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승인받았다. 이는 나노물질이 물에 분산된 상태에서 광촉매활성 정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분석 방법을 제공한다.

산화아연, 이산화티타늄, 탄소나노튜브 등 광촉매활성을 가지는 나노물질은 자외선과 반응하면 활성산소를 형성한다. 활성산소는 산소원자를 포함하고 화학적 반응성을 띠는데, 사람을 비롯한 생물체 내에 생성되어 강한 산화력으로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킨다.

범용성이 점점 커지는 나노물질을 안심하고 사용하려면 믿을만한 측정을 바탕으로 품질 관리가 이뤄져야만 한다. 하지만 광촉매활성과 관련된 기존 표준문서의 경우, 코팅 표면에서의 광촉매활성을 측정할 뿐 나노물질에는 직접적인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명확한 한계점이 존재했다.

연구책임자인 이태걸 박사는 “이번 성과에 이어 나노물질의 광촉매활성으로 인한 세포 내 독성 측정법, 액체 내 나노입자 크기와 측정기술 표준화 등 생활과 더욱 밀접한 후속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나노안전성 분야의 글로벌 표준 연구를 본격 주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전측정연구소는 AI(인공지능) 의료에 대비해 측정기반 의료 빅데이터 정량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원하는 대로 데이터를 잘 쓰기 위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담보하고, 정량화를 통해 데이터 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인체가 측정 대상이 되는 의료분야의 경우, 의료계 자체의 경험적 기준은 있으나 국가적으로 신뢰성을 얻을 수 있는 과학적 기준과는 연결되지 않은 분야가 많다.

안전측정연구소 의료데이터정밀측정팀은 의료기기의 안전성 평가 및 의료 정밀측정 기술 개발을 통해 의료 빅데이터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연구가 고도화되면 병원 간 활발한 정보 교류, 원격의료나 AI를 통한 의료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안봉영 안전측정연구소장은 “현재 의료 데이터의 표준 관리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탓에 의사들이 다른 병원 정보를 신뢰하기 힘들고 환자들은 병원을 옮길 때마다 검사와 촬영을 반복하며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의료 빅데이터 정량화를 통해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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