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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與 ‘윤석열, 범으로 키웠다’
뉴스종합| 2020-11-13 12:53

차기 대권 주자로 급상승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놓고 정치권이 ‘네 탓’ 공방에 나섰다. 여권에선 “야당의 인물난 탓”이라고 했고, 야권에선 “추미애 탓”이라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여당과 추미애 법무 장관의 윤 총장 몰아붙이기가 윤 총장을 ‘탄압받는 정권 비판적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선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두고도 유력한 주자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니 당장 야권의 선두주자로 떴다.

윤 총장의 급부상에는 지난달 22일 국정감사가 도화선이 됐다. 대검찰청에 대한 국감에 출석한 윤 총장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이런 식의 인사는 없었다”,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 등 현안에 대해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돌아가지 않는 직설적인 윤 총장의 화법은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심지어 이달 들어서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길리서치가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결과 윤 총장은 24.7%의 지지를 얻어 이 대표(22.2%)와 이 지사(18.4%)를 따돌렸다. 부동산과 실업난 등 여권에 대한 불만이 이들과 사법개혁을 놓고 연일 각을 세우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한 응원으로 이어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윤석열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설왕설래하고 있다. 과거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 정운찬 전 총리처럼 1년 여 반짝이다 정작 대선을 앞두고 사그라들 것이라는 관측과,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뚝심으로 범 야권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설 것이라는 기대가 엇갈린다.

우선 윤 총장의 정치인으로 급부상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야권의 인물군에 따른 반작용 효과가 깔려있다. 야권에서 뚜렷한 대선주자 후보군이 떠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퇴임 후 국민에 봉사하며 살겠다”는 국감 발언 하나가 보수 표심을 응집시켰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여권에서는 일시적인 효과로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아무리 윤 총장이 대권 욕심이 있다고 해도 검증대에 오르면 여러가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250일 넘게 남은 총장 임기, 그리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한 여권의 파상공세는 정치인 윤석열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추 장관이 각종 돌발 발언으로 윤 총장과 각을 세우면서 오히려 대중 인지도를 높여준 측면이 있다”며 “검찰개혁보다 두 사람의 싸움이 부각되는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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