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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데이터] 창단 9년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신흥명가 NC ‘야구 문법’ 새로 쓰다
엔터테인먼트| 2020-11-25 11:36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1군진입 첫 해부터 만만치않은 힘을 보여줬던 프로야구 9번째 구단 NC 다이노스가 창단 9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일반 대기업이 아닌 게임업체의 창단, 작은 지역연고 등 NC의 시작은 의문부호 투성이였다. 강팀 두산을 이끌었고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김경문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다고는 해도 선수층이 엷어 강팀으로 자리매김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한 구단의 수장은 ‘NC 정도의 규모로 야구단 운영은 무리다, 벌써 NC가 1군에 진입하면 프로야구 망한다’는 등의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NC는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그의 말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입증했다. 엄청난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 프로야구지만, 그보다는 오너의 야구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NC 우승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김경문 감독선임, 손시헌 이종욱 박석민 양의지 등 거물 FA 영입, 신구장 건설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이는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우승이라는 달콤한 결실로 이어졌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6차전까지 전 경기를 관전하며 ‘신화의 탄생’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김 대표는 우승 직후 “오늘 만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우승의 날을 만들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1년 창단해 2년간 2군에서 담금질한 NC는 1군에 진입한 2013년 9개팀 중 7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4년간 3위-2위-2위-4위를 차지하며 신흥강호로 단숨에 자리매김했다. 1군에 오른 뒤 치른 8번의 시즌 중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것은 단 2시즌 뿐이었고, 한국시리즈에도 두번이나 진출했다.

특히 올시즌 보여준 NC의 활약은 놀라웠다. 시즌 초부터 선두를 질주한 NC는 중후반 잠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83승6무55패로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쳤다. 루친스키-구창모-라이트의 선발진과 송명기 김영규 등 영건이 혜성같이 등장했고 원종현이 마무리를 맡아 승리를 책임졌다. 무엇보다 타선의 힘이 올시즌 NC를 1위로 올려놓은 원동력이었다.

2018시즌 후 무려 125억을 안겨주고 영입한 양의지는 NC 우승의 ‘집행검’이었다. 3할2푼8리에 33홈런-124타점으로 한국프로야구에서 포수 최초로 30홈런-100타점을 넘기며 맹활약했다. 여기에 박민우 나성범 알테어 노진혁 강진성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김성욱 등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도무지 쉬운 타자가 하나도 없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짜’ 두산을 만나 초반 잠시 고전했지만 이내 전세를 뒤집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양의지는 “김택진 구단주님과 감독님, 코치진이 모두 하나가 되어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첫번째 꿈을 이룬 NC. 내년 역시 밝은 기대를 품게 한다.

올해 팀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구창모 송명기 등 20대 투수들과 타선 역시 한창 전성기를 맞아 여전히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나성범이 미국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변수지만 한번 만들어진 전력이 쉽게 허물어질 것 같지는 않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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