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단독] ‘서울시 박원순분향소 위법’ 질의했더니 서울시에 물어보라는 질병청
뉴스종합| 2020-11-27 09:49
지난 7월 11일부터 사흘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분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질병관리청이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 분향소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서울시가 해야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대상이 된 서울시가 자신의 위법여부를 판단하라는 얘기다. 경찰은 더 이상 유권해석을 의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위법여부를 판단해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27일 헤럴드경제가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질병청의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업무 관련 질의 회신’을 보면, 질병청은 해당 행정명령의 효력이 ‘흥행, 제례’ 등 다른 집합행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묻는 질의에 “서울시는 상기 고시를 통해 집회를 제한하고 있을 뿐 ‘집회’의 의미에 관해 어떤 해석의 기준을 두고 있지는 아니했으나, 정당한 권한이 있는 행정기관이 행정조치를 발령할 경우 해당 조치에 대한 해석권한도 해당조치를 발령한 행정기관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회신했다.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0일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질병청은 19일 회신했다.

경찰은 질병청에 감염병예방법 제49조제1항제2호에서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사람들의 집합’ 중 ‘집회’만 별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적법한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질병청은 이에 대해서도 이에 대한 판단은 서울시가 직접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서울시가 지난 2월에 광화문의 도로, 집회를 제한했는데, 제한된 집회가 뭔지를 경찰이 서울시에 물어보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할지를 경찰이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병청의 이같은 해석은 사실상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자신의 위법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라는 답변이어서 ‘책임회피성’ 회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경찰은 박 전 시장 분향소를 설치한 행위를 감염병예방법 위반행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으로 고발, 진정 등이 접수되면서 서울시 주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조사대상에는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서울시장 권한대행),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 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회신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분향소 고발사건과 관련된 고발인 조사와 참고인 조사는 모두 마쳤다”며 “(질병청) 답변이 오면 관계자들의 처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지난 8월 1차 유권해석을 보건복지부에 의뢰한바 있다. 복지부는 8월 경찰의 1차 유권해석 의뢰에 분향소 설치가 감염병예방법상 ‘집합’에 해당한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복지부도 박 전 시장의 분향소 설치를 불법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이 잇따르자 “복지부는 박원순 전 시장의 분향소 설치가 감염병예방법상 위법하다고 의견을 낸 바 없다”며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야당 의원실에서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은 더 이상 타기관에 유권해석을 맡기지 않고 자체 판단을 통해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유권해석을 맡기지 않고, 경찰이 불법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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