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IT과학칼럼] 기술이 돈이 되려면
뉴스종합| 2020-12-03 11:28

정부는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한 24.2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 같은 R&D 투자 확대에도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 최고기술 수는 2013년 20개에서 2017년 6개로 줄어들었고, 공공연구기관의 기술료 수입도 2017년 1127억원에서 2018년 1109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연구성과가 저하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공공기술의 사업화가 저조한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한 연구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업인을 참여시키고,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도입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신규 사업예산을 확보하거나 과제 수주의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의 실질적인 니즈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기획 단계에서는 필요성이 인정돼도 연구가 종료됐을 때 기업이 정말로 기술료를 내고 살 정도의 기술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이는 원하는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시장 관점에서는 여전히 기술성숙도가 낮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연구기관의 기술과 융합되거나 주변 기술과 함께 패키징돼야 비로소 시장에서 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논문과 특허 등 연구자의 성과는 주로 새로운 연구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최소한 연구기관 차원에서는 기술의 활용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R&D는 기초연구를 제외하고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기초 분야 이외의 출연연은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성과의 활용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장 선임과 기관 경영평가 시에 기술사업화 성과지표를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연구기관이 보유 기술의 완성도 제고와 시험 및 실증, 인증, 스케일업 등 기술사업화 과정에 인력과 예산을 더 많이 배분하게 되고 성과도 자연히 높아질 것이다.

기술사업화 촉진을 위해서는 또한 연구자와 시장의 니즈를 연결하는 네트워킹 환경과 인재와 기술, 자본이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활발한 벤처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세계 최고의 제약·의료단지인 보스턴바이오클러스터에서는 연구장비의 공동 사용을 지원하는 ‘랩 센트럴’을 통해 연구자들이 대형 제약사,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시장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이와 함께 보스턴에는 400개 이상의 벤처캐피털(VC)을 중심으로 벤처생태계가 잘 발달돼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보스턴과 같이 잘 발달한 지역혁신클러스터가 아직은 없다. 판교에 구축된 게임 및 ICT산업단지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전국의 인재와 기술이 몰려들어서 생긴 것이지, 지역혁신단지는 아니다. 기술이 제품과 서비스로 변해 돈이 되려면 인재와 기술, 기업, 금융이 활발하게 연결돼 가치를 만들어내는 집적 공간과 혁신생태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대덕특구와 같이 지역혁신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공간을 대상으로 지역혁신 주체들이 힘을 합쳐 인프라와 환경, 혁신역량을 분석하고 효율적인 지역혁신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하에 대덕특구 혁신 주체들은 2023년 ‘특구 설립 50주년’을 준비하는 리노베이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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