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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추-윤 갈등,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뉴스종합| 2020-12-08 09:35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7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추-윤 갈등’으로 표현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검찰 개혁의 본질을 벗어난 듯한 힘겨루기로 국민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여당의 지지율 하락 속에는 그러한 피곤함도 배여 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위해 일정 부분 거쳐야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윤-추 갈등은 오는 10일 예정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무협지에 나오는 ‘초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악수’가 난무하는 싸움이지만, ‘정당한 징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선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윤 총장이 징계위에서 방어권을 확보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오른 것이 ‘검사징계법’이다. 현행 법률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고 위촉하는 인물로 징계위원의 과반을 구성하는 것이 징계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것이 윤 총장 측의 주장. 시간상 헌재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징계위 구성의 부당함을 알리는 여론전에는 유용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행 검사징계법에 따라 구성되는 징계위원은 대부분이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거나 위촉한다. 하지만 내년 1월 2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른 징계위원 구성에는 법무부 장관의 직접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난 인물이 포함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하는 변호사 1명과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는 대학교수 2명이 포함된다.

이 같은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윤 총장의 주장을 더욱 잘 뒷받침하고 있다. 즉 ‘현행법상 검사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는데, 위원의 과반수를 법무부장관과 차관, 법무부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으로 구성하고 있고, 외부위원 3명도 법무부 장관이 위촉하도록 되어 있어 객관적이고 엄정한 징계가 어렵다’는 내용이 제안 이유에 들어가 있다. 때문에 ‘검사 징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한다’는 내용도 명시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추 장관을 지원하는 유명 정치인들이 이름을 올린 법률이라는 점에서 그냥 지나치기도 어렵다. 이낙연 대표를 포함해 전해철, 정청래, 박주민, 최강욱 의원 등 인지도 높은 정치인들이 모두 공동 제안자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징계 사유를 둘러싼 법조인들의 반응과 여파도 눈길을 끈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 사유로 제시한 6개 항목 중엔 ‘법관 성향 파악 문서’가 핵심으로 꼽힌다. ‘세평(世評)’과 ‘법관 사찰’이라는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논의했으나, 부결됐다. 법관의 중립 의무와 함께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신중론이 힘을 얻은 것이다. 추 장관의 행보에 힘이 실릴 수 있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징계위원회에선 징계 수위도 관심사다. 징계 양형은 결국 징계위원회의 구성과 징계 사유에 대한 평가 속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해임보다는 면직이나 정직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징계 사유와 절차, 그리고 양형에 따라 징계의 정당성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강조한 징계의 ‘공정성’이 얼마나 지켜질지 좀 더 상황을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윤-추 사태의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징계의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은 일반 직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년 1만건 이상의 ‘부당해고’가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기업에서의 징계 시스템 역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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