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비즈] 글로벌 추세에 어긋난 규제와 조세는 경제를 옥죈다
뉴스종합| 2020-12-10 11:16

현대국가는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다. 시장이 왜곡되면 각종 규제와 조세로 접근한다. 많은 국가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 체제를 갖고 있으므로 규제와 조세를 함부로 남발하지는 않는다. 국가경쟁력을 약화시켜 국가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성장동력의 핵심인 기업을 통해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와 조세를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조세를 강화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약화시켜 국가경제를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추세에 어긋난 각종 기업규제는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 환경은 물론이고 지배구조 등 각종 규제가 글로벌 추세에 벗어나게 되면 기업의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국회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감사선임 때의 주주권 제한 및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신설하는 상법 개정을 했다.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되, 최대주주 의결권은 3%만 행사하게 주주권을 제한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다. 상장회사의 외국인 투자지분율이 대략 평균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감사선임에 개입할 여지를 줄 수 있다. 기업 간 기술력에 큰 차이가 없는 현대 기업환경에서 기술 및 관련 경영전략 등 각종 정보가 외국에 빠져나가 기업경쟁력을 약화시켜 기업을 한순간에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 수 있다. 또한 이번 상법 개정에서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했다. 지금까지는 해당 기업의 주주만 당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주대표소송만 가능했었다. 이제는 자회사가 각종 소송에 대응하느라 회사 운영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주주권 제한이나 다중대표소송제 등은 다른 국가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는 점에서 글로벌 추세에 벗어나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도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기업 투자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줌으로써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017년에 24.2%(지방소득세 포함)에서 27.5%로 인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8위에서 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2017년에 OECD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은 24.2%였으나 2019년에 23.27%로 내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오히려 인상해 글로벌 추세에 어긋났다. 2017년 이후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린 주요 국가들로는 미국·프랑스·벨기에·캐나다·그리스·이스라엘·일본·룩셈부르크·노르웨이·스웨덴 등 10개국이나 된다. 인상한 국가는 우리나라 이외에 라트비아·포르투갈·터키 등 4개국뿐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4단계로 나누고 있지만 OECD 36개국 중 31개국이 단일 법인세율로 운용하고 있다. 이는 법인세가 소득재분배의 기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법인세를 부자증세 혹은 부자감세라는 잘못된 개념에 옭매여 최고세율을 글로벌 추세에 역행해 올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기업정책은 글로벌 추세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이 나쁘다는 것을 온 세상에 알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극복에도 도움이 안 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기업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면서 감사선임 때 주주권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법인세율도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게 인하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글로벌 추세에 어긋나는 각종 규제와 조세는 기업경쟁력을 약화시켜 국민복지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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