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특별기고] 음료 시장, 코로나 시프트
뉴스종합| 2020-12-10 11:20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쩌면 인류가 의류를 착용했듯이 마스크도 의류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든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산업 체계의 붕괴가 동반되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과 대외활동 자제 권고로 단체급식이나 식음료산업이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소비는 감소했지만 그래도 주목할 점은 소비 패턴의 시프트(Shift·변화) 현상이다. 외부지향적 소비 형태에서 가정 등 내부지향형 소비 패턴이 늘고 있다. 소위 소비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 요인인 TPO(Time, Place, Occasion)가 변화하고 있다.

음료시장은 구매 채널이 마트 등 오프라인매장에서 비대면 주문방식인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구매제품 유형도 외부활동 감소로 탄산·스포츠음료 등의 판매가 줄고, 가정 내 필수품인 생수와 물 대용차인 보리차의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또한 외식 대신 집에서 홈파티·홈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무알코올맥주와 칵테일 믹서인 토닉워터 등 가정용 주류 관련제품 매출은 늘었다.

유럽에서 음료시장이 형성된 이후 230여년 동안 음료시장은 커피·콜라·홍차·에너지음료 등 카페인음료와 대량의 설탕이 함유된 음료 일색이었다. 하지만 생수가 음료시장에 편입되면서 물 대용 차인 액상차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실제 국내 음료시장은 최근 20년간 시장 전체가 75% 성장한 것에 반해 커피·탄산음료·주스 등 기호성 음료는 25% 성장에 그쳤다. 대신 생수와 차음료시장이 신규로 진입하면서 50% 이상 추가 성장을 이끌었다. 현재 생수와 차음료시장은 1조3000억원 규모이며, 필자는 향후 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본다.

국내 RTD(Ready To Drink) 차음료시장은 2000년도 보리차가 처음 출시된 이후 약 3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물을 사마신다는 것이 생소하던 시절에는 보리차가 구매로 바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몇년 새 생수 소비 증가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보리차 음료가 상대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액상차 전체는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지만 생수 대용차인 블랙보리와 하늘보리 판매는 각각 21%와 8% 늘었다. 같은 기간 옥수수수염차는 16%, 헛개차 등 혼합차와 녹차 판매는 각각 17%와 8.7% 줄었다.

대한민국 소매유통 규모가 약 400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유통 채널은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물물교환 이후 집성촌이 생기면서 재래시장이 형성되고 전문점·백화점으로 진화하다가 할인점·편의점으로 전환됐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인프라 확대로 인터넷쇼핑몰이 대세가 됐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매 유통 구조는 비대면 주문방식인 인터넷쇼핑몰 구조로 빠르게 시프트될 것임이 자명하다. 유통 채널뿐만 아니라 제품 카테고리도 변화되는 TPO에 적절히 대응해야 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이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