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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빔으로 산업현장 ‘악취’ 99% 잡는다!
뉴스종합| 2020-12-15 10:20

김병남 박사가 전자가속기 기반 악취제거 융합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악취는 불쾌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국내에서 악취에 대한 민원은 연간 2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삶의 질을 저해하는 대표 요인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싱크홀, 녹조, 미세먼지와 함께 악취를 국가환경분야 5대 난제로 지정하고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악취제거 기술은 악취 유발 조건에 따라 제거 효율 편차가 크고 다량의 화학약품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2차 오염을 유발하는 한계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저에너지 전자선을 이용해 산업악취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선다. 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이용운영부 김병남 박사팀이 ‘저에너지 전자가속기 기반 악취제거 융합시스템’을 개발,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소기업 설립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저에너지 전자가속기 기반 악취제거 융합시스템’은 전자가속기에서 가속된 전자가 악취 원인물질의 분자결합을 분해하는 기술을 이용한다. 악취를 포함하는 공기를 저에너지 전자가속기의 흡입구로 통과시켜 그 안에서 전자가 악취 유발 원인물질의 분자구조를 분해한 후 배출구로 공기를 내보낸다. 가속기 안에서 전자빔을 쪼인 악취물질은 화학결합이 절단되면서 분자구조가 깨지는데, 이렇게 되면 악취도 근원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4년 동안 이 기술을 개발해 지난 11월 실증실험에서 악취제거 효율 99%의 성능을 확인했다.

저에너지 전자가속기를 이용한 악취제거 기술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비용과 방사선 차폐의 용이성, 장비의 소형화 가능성 등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자빔의 투과깊이가 낮아 조사면적에 한계가 있어 대용량 악취처리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반응기 내부에 나선형 구조를 도입해 반응기를 통과하는 공기에 전자빔이 골고루 균일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낮은 투과깊이 문제를 극복하고, 조사면적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이 기술은 영업용 냉장고 수준의 크기로 자체 차폐가 가능하고, 구축비용 또한 중에너지 전자가속기 시설 대비 최대 1/10에 불과하며, 현장배기 시설과 직접 연결할 수 있어 상용화에 매우 유리하다. 현재 시작품 개발을 완료, 후속 연구를 통해 현재 크기의 2/3, 무게 1/2 수준의 상용모델을 개발 중이다.

전자가속기에서 가속된 전자가 공기 중으로 인출돼 반응기에 전자빔이 조사되는 장면.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산업현장 악취뿐만 아니라, 육상하수슬러지처리장, 분뇨악취 등 심각한 악취 유발 시설에도 적용 가능하다. 특히 대형병원의 공조시스템에 적용하면 실내공기를 매개로 한 병원내 감염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남 박사는 “저에너지 전자가속기의 단점인 처리용량 문제를 해결한 이 기술을 산업현장에 조속히 적용하기 위해 상용모델 개발과 신기술 인증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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